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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좋은시& 시집

by 순한 잎 2006. 3. 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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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꽃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청둥오리

 

 

청둥오리 알 품었다 하기에

규호 씨네 축사로 구경갔드랬습니다

지난번 비에 밭도랑 물이 고여

활주로가 생겨

청둥오리들 다 날아가고

소에 밟혀 다리 다친 놈 혼자 남아

저리 알을 품고 있다고

예뻐 죽겠다고

규호 씨 자랑이 상당했드랬습니다

알을 낳아 혼자 날아가지 않은 것은 아닐까

말을 건네자

규호 씨 더 환히 웃고

노총각 둘이서

예뻐라

청둥오리 구경을 한참 했드랬습니다.

 

 

 

그늘 학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더 앉아 있어야겠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소스라치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함민복 시집 < 말랑말랑한 힘> 중에서

 

 

*말랑말랑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딱딱한 것 보다는 말랑말랑한 것이...

직선보다는 곡선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며 딱딱합니다.

자연은 곡선이며 부드럽습니다.

말랑말랑..구불구불...이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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