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꽃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
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
환해지고
선해지니
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청둥오리
청둥오리 알 품었다 하기에
규호 씨네 축사로 구경갔드랬습니다
지난번 비에 밭도랑 물이 고여
활주로가 생겨
청둥오리들 다 날아가고
소에 밟혀 다리 다친 놈 혼자 남아
저리 알을 품고 있다고
예뻐 죽겠다고
규호 씨 자랑이 상당했드랬습니다
알을 낳아 혼자 날아가지 않은 것은 아닐까
말을 건네자
규호 씨 더 환히 웃고
노총각 둘이서
예뻐라
청둥오리 구경을 한참 했드랬습니다.
그늘 학습
뒷산에서 뻐꾸기가 울고
옆산에서 꾀꼬리가 운다
새소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데
마음은 내 마음끼리도 이리 부딪히니
나무 그늘에 좀더 앉아 있어야겠다
뻘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소스라치다
뱀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란다고
말하는 사람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랐을
뱀, 바위, 나무, 하늘
지상 모든
생명들
무생명들
함민복 시집 < 말랑말랑한 힘> 중에서
*말랑말랑하게 살면 좋겠습니다.
딱딱한 것 보다는 말랑말랑한 것이...
직선보다는 곡선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람의 손이 빚어낸 문명은 직선이며 딱딱합니다.
자연은 곡선이며 부드럽습니다.
말랑말랑..구불구불...이렇게 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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