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하늘>
비어있는 것은
아름답다.
빈
하늘에
쉼표를 찍고 가는
겨울새는
더 온전히
비워내기 위한
잠시의 몸짓일 뿐.
겨울 하늘은
다시 비어있다.
< 율도 >
은유의 섬
하나쯤은
숨기고 살 일이다.
간간이
어깨를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로
세상이 아득할 때
우리들
가슴 속에 숨겨 둔
섬으로 가자.
지친 영혼을 누일
섬
하나쯤은
지니고 살 일이다.
<고백>
그대
마음을 여는
열쇠
하나만
훔치고 싶다.
<목련>
누가
우리 두 사람
그
하얀 새벽을
저토록 눈부신
그리움으로 빚었나.
<칼>
날 선 칼을
한 자루 가지고 싶다.
나의 내부에서
은밀히 반란을 꿈꾸는
그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밤마다 달 훔쳐 먹는 오랑캐와
불가사리와
발정한 한 마리 눈 먼 짐승과
더듬이를 떼어낸 개미의 원형운동과
낙지의 흡반과
말미잘의 촉수와
그리고
슬픔의 뿌리와
인연의 사슬
칼을 만지고 있으면
베고 싶어진다.
* 김종안 시인은 여수에서 태어나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종안 시집 <그 해 겨울>에 수록된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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