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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행복한 동화- 어머니의 발)

짧은글, 긴여운

by 순한 잎 2005. 11. 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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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발

                                                     김경옥


시장 바닥에서 하루 종일 생선을 파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혼자서 두 딸을 키워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생선을 파느라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장 어귀에서 목청을 높였습니다.

“싱싱한 고등어사세요. 물 좋은 오징어 있습니다.”

어머니는 추운 겨울이 가장 고통스러웠습니다. 두꺼운 양말을 두 켤레나 신었어도 물기 축축한 어시장 바닥에서 지내다 보면 신발 안으로 물이 새어 들어와 발은 금방 얼어붙고 볼도 빨갛게 얼었습니다.

딸들은 어머니가 들어오면 자주 짜증을 부렸습니다.

“아유 지독한 냄새. 이젠 생선 비린내가 지긋지긋 해.”

그리고 서로 어머니 옆에서 자지 않겠다고 싸우기도 했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딸들을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습니다. 어머니 마음속에는 아버지 없이 자라는 딸들이 늘 안쓰러웠기 때문입니다.

 

두 딸은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되었습니다.

큰 딸은 동네에다 조그마한 화장품 가게를 차렸습니다. 작은 딸도 번듯한 상가에다 커다란 신발가게를 열었습니다.

어머니는 그제야 평생 해오던 생선 장사를 그만 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번듯한 가게에서 장사를 하는 두 딸이 마냥 대견했습니다.

평생 화장품 한 번 바르지 못하고 살아서인지 어머니는 큰 딸의 가게에 가면 왠지 자신의 몸에 베인 비린내가 향기로운 냄새로 바뀌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작은 딸의 가게에 가면 질척한 바닥에서 평생 장화만 신었던 자신의 발에 어느 새 예쁜 구두가 신겨져 있는 것 같아 또 행복해 졌습니다.

 

두 딸은 모두 장사가 잘 되어 제법 돈도 모았습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두 딸을 조용히 불렀습니다.

“얘들아, 내가 돈이 좀 필요하구나.”

큰딸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습니다.

“어머니, 저희 둘이 생활비를 보태드리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세요? 게다가 저희는 따로 사는데 어머니 혼자 무슨 생활비가 그리 많이 든다고….”

“그게 말이다….”

어머니가 말을 하려는 데 작은 딸이 끼어들었습니다.

“어머니, 요즘 저희도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구요.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다음 달에 드릴게요.”

어머니는 하려던 말도 채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석 달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가끔 가게에 들르던 어머니가 어느 날 부터인가 발길이 뚝 끊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에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머니가 위독하니 빨리 오라는 전화였습니다. 두 딸들은 황급히 병원으로 갔습니다. 이웃집 할머니가 구급차로 어머니를 병원에 모신 것입니다.

“어찌 된 일인가요?”

딸들은 이웃집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이고, 이 몹쓸 사람들아. 어머니 발을 한번 보게나.”

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머니 발을 내려다보았습니다.

“평생 생선장사로 자네들을 이만큼 키워놨으면 어머니를 잘 보살펴드려야지. 어머니 동상 걸린 발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본 적이 있는가? 걷지도 못해서 발가락을 잘라내야 한다네.”

딸들은 그제야 어머니 발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어머니 발은 동상에 걸려 다 썩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장화 속에 발을 넣은 채 시장 바닥에서 평생을 지낸 어머니의 발!

그 발은 검게 썩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키워 준 어머니의 발이 무척이나 작고 여린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딸들은 어머니의 발을 붙잡고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발이 아파 수술비를 달라고 부탁했던 것인데 딸들은 그것조차 헤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을 기다리는 어머니 앞에 두 딸들이 섰습니다.

큰 딸이 어머니께 작은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평생 화장품 한 번 바르지 못한 어머니께 진작 크림이라도 선물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작은 딸이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어머니, 저희를 용서해주세요. 이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신발을 진작 어머니 발에 신겨드렸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두 딸의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흘렸습니다.


* 부모님의 고단한 발을 한 번이라도 닦아드리고 주물러 드린 적이 있나요?

작은 효도로 얼마든지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답니다.


-『행복한 동화』『토마토 동화』 중에서-

             행복한아이들 출판사

 

 

<성서동화>

                  달동네 영수네 아버지

                                                           김경옥

      

달과 가장 가까운 산꼭대기 동네엔 아이들이 유난히 많습니다.

아이들은 해가 질 때까지 골목에서 뛰어 놉니다.

사방치기놀이 하는 민수,

팔짝팔짝 고무줄놀이 하는 영애,

땅따먹기가 제일 신나는 땅꼬마 돌이도 있습니다.

달동네 골목은 이렇게 아이들의 소리로 왁자지껄합니다.


가겟집 할머니네 앞마당은 널찍해서 아이들이 놀기에 좋습니다.

그러나 가겟집 할머니는 툭 하면 바가지로 물을 끼얹습니다.

그만 놀고 가라는 표시입니다.

“시끄럽다, 이 녀석들아!”

물바가지 세례에 아이들이 후다닥 도망을 갑니다.

그 때쯤이면 달동네도 저녁 해로 붉게 물듭니다.


그리고 집집마다 엄마들이 나와 아이들을 부릅니다.

“민수야, 아버지 들어오셨다. 그만 놀고 들어와 저녁 먹어라.”

일을 마친 영애 아버지도 달동네 고개를 올라오십니다.

“아버지-”

영애가 달려가 아버지 품에 와락 안깁니다.

“오냐, 우리 영애.”


달동네 골목 끄트머리에서, 이런 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바로 영수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지만 영수는 집에 들어가기가 싫습니다.

골목길에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번지고 집마다 따뜻한 불빛이 반짝이는데,

영수는 컴컴해지도록 골목 끝자락 언덕배기에 서 있습니다.


영수도 엄마가 자기를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수야, 아버지 들어오셨다. 어여 들어와 밥 먹자꾸나.’

다정한 아버지도 골목길에 들어서면서 영수를 불러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영수야-’

그러나 엄마도, 아버지도, 영수를 부르지 않습니다.

영수는 눈물이 나오려고 합니다.

‘나는 왜 아버지가 없을까?’

영수 아버지는 오래전에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시장으로 장사를 나간 엄마는 달동네에 별이 총총 떠야만 들어오십니다.


달동네에 하나 둘 별이 뜨자 언덕길을 올라오는 엄마 모습이 보였습니다.

“엄마-”

영수는 달려가 엄마 품에 안깁니다.

“왜 여태 집에 안 들어가고 있었어?”

“들어가기 싫었어!”

“왜? 이렇게 어두워지도록 바깥에 있으면 못써요.”

엄마가 조용한 음성으로 나무랐습니다.

“난 아버지도 없잖아. 다른 애들은 아버지 들어오셨다고 놀던 거 팽개치고 모두 들어가는데….”

영수는 그렇게 말하고 슬쩍 엄마를 올려다봅니다.

엄마 눈에 혹시라도 별 같은 눈물이 매달릴까봐 걱정돼서입니다.

“영수야-”

엄마가 조용히 영수를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안 계시긴 왜 안 계셔? 너도 아버지가 계시잖니.”

순간 영수 눈이 동그래집니다.

혹시 엄마가 몰래 새아버지라도 숨겨두었나 가슴도 철렁 합니다.

“칫! 아버지가 어딨어? 아버진 하늘나라 갔는데.”

“영수야, 아버지보다 더 크신 아버지가 계시잖니.”

“크신 아버지?”

영수 눈이 반짝입니다.

“영수야, 하나님 아버지가 계시잖니.”

“하나님 아버지?”

“그래. 하나님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는 너를 아주 많이 사랑하신단다. 아버지는 아마 지금쯤 대문 앞에서 우리 영수를 기다리고 계실거야. 이렇게 어두워지도록 안 들어오고 있으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시겠니…. 영수야-.”

엄마가 또 한 번 조용히 영수를 부릅니다.

“다음부터는 아버지를 기다리시게 하지 말고, 영수 네가 먼저 들어가 아버지를 기다리렴. 아마 기뻐하실 거야.”

영수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뜁니다.

“엄마, 정말 그럴까?”

“그럼. 아버지가 널 얼마나 사랑하시는데!”

영수는 엄마를 뒤로 한 채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갑니다.

크고 환하신 아버지가 두 팔 벌려 영수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대문 앞에서 홀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영수는 이렇게 좋으신 아버지가 계신 걸 그동안 몰랐습니다. * (1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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