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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겨울 (김종안)

좋은시& 시집

by 순한 잎 2005. 11. 2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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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늘>

 

 

 

비어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에

쉼표를 찍고 가는

겨울새는

더 온전히

비워내기 위한

잠시의 몸짓일 뿐.

 

겨울 하늘은

다시 비어있다.

 

 

< 율도 >

 

은유의 섬

하나쯤은

숨기고 살 일이다.

 

간간이

어깨를 짓눌러 오는

세월의 무게로

세상이 아득할 때

우리들

가슴 속에 숨겨 둔

섬으로 가자.

 

지친 영혼을 누일

하나쯤은

지니고 살 일이다.

 

 

 

<고백>

 

 

그대

마음을 여는

열쇠

하나만

훔치고 싶다.

 

 

 

<목련>

 

 

누가

우리 두 사람

하얀 새벽을

저토록 눈부신

                                                    그리움으로 빚었나.                                                   

 

 

 

<칼>

 

날 선 칼을

한 자루 가지고 싶다.

 

나의 내부에서

은밀히 반란을 꿈꾸는

그 놈들을 처단하기 위해.

 

밤마다 달 훔쳐 먹는 오랑캐와

불가사리와

발정한 한 마리 눈 먼 짐승과

더듬이를 떼어낸 개미의 원형운동과

낙지의 흡반과

말미잘의 촉수와

그리고

슬픔의 뿌리와

인연의 사슬

 

칼을 만지고 있으면

베고 싶어진다.

 

 

* 김종안 시인은 여수에서 태어나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종안 시집 <그 해 겨울>에 수록된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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