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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터널 선샤인> 사랑과 기억에 대해

영화&음악 이야기

by 순한 잎 2016. 3. 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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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개봉했지만 못보고 지나갔던 영화를

요즘 광화문 스폰지 하우스에서 하나씩 챙겨본다.

 

짐캐리와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이터널 선샤인!

원제는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알렉산더 포프의 시 엘로이즈가 아벨라르에게 ( Elosia to Abelard )가

모티브가 된 것이라 한다. 영화속에도 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나온다.


상처받은 사랑에 대한 기억을 지우려는 조엘(짐캐리).

그건 그녀 클레멘타인(케이트윈슬렛)도 마찬가지다.

지워야만 하는 사랑은 얼마나 고통스러운가.

얼마나 고통스럽기에 우린 얼마쯤 간직해도 될

사랑의 추억들을 모조리 지워야 하는걸까?

그렇다. 추억이 고통스러운 건 사랑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다.

상대를 향한 사랑이 끝나지 않았기에

사랑의 기억조차 고통스럽고 그 기억들을 차라리 지우고 싶은 것일게다.

조엘은 기억을 지워주는 곳, 라쿠나회사에서 그녀와의 추억들을

지우기 위해 무의식의 상태로 접어든다.

그러나 기억을 지우려 하면 할수록 무의식의 상태속에서조차

오히려 그녀와의 소중한 시간들에 대한 기억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의식중에도 의식은 작동한다고 봐야하는가?

인간의 기억이란 어쩌면 지우려고 할수록 더 강한 의식으로 남는 건 아닐까싶다.


영화는 현재와 과거, 의식과 무의식의 상태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억을 지우고 깨어났지만 결국 그 두사람은

또 다시 상대를 알아본다. 기억은 지워져 백지처럼

하얘졌지만 오히려 순백의 영혼들은 또 다시 상대에게

이끌리게 된다.

사랑은 어쩌면 우연한 만남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우연을 가장한 필연적 만남이란 생각이 든다.

진정한 만남은 영혼과 영혼의 만남이라 하지않던가!

사랑은 결국 운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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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즈와 아벨라르 이야기는 내가 쓴 책 <엄마랑 나랑 유럽 간다>의

노트르담 대성당과 관련된 이야기를 쓸때 넣었던 내용이라 생각이 난다.

어린이책이라 두 사람의 강렬한 사랑이야기를 쓸 수 없어

간략하게, 어린이들이 소화할 정도로만 썼는데...다음과 같다. 


지금의 노트르담 대성당은 이전의 허름한 성당을 헐고 1163년에 새로 짓기 시작해서

13세기 중엽에 완공한 것이다. 그러데 새로 짓기 이전의 노트르담 대성당에는

가슴아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져오고 있다.

12세기 프랑스에 실존했던 철학자이며 신학자였던 아벨라르와

똑똑한 처녀 엘로이즈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다.


아벨라르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노트르담 대성당 부설 학교의 강사로 부임했다.

아벨라르는 그 곳에서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어린 엘로이즈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아이를 낳아 아벨라르의 누이에게 맡기고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아벨라르는 성직자가 될 몸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따로 살아가며

거의 만나지 못했다.

어느 날, 엘로이즈의 삼촌이 자신의 명예를 위해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폭로하자

아벨라르는 엘로이즈를 수도원으로 피신시켰다. 이후 아벨라르는 성직자로,

엘로이즈는 수녀로 살아가게 되고, 두 사람은 죽은 뒤에야 비로소 나란히 잠들었다.

그들이 살아서 함께 한 시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아벨라르가 <나의 불행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글을 발표해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아벨라르와 엘로이즈에 관한 이야기 한부분을 보면 이러하다.


1100년경에 태어난 엘로이즈는 아벨라르가 재직하던 학교의 모기관인 노트르담 성당의 참사회원 퓔베르의 조카딸이었다. 여자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던 시대였지만, 그녀는 어려서부터 수녀원에서 자라며 비교적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다.

20년 연하의 엘로이즈에게 반한 아벨라르는 의도적으로 퓔베르에게 접근했고, 결국 참사회원은 품행이 훌륭한 것으로 알려진 이 신임 강사에게 조카딸의 개인교습을 부탁한다. 두 사람이 과연 언제 선을 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들이 한 ‘공부’에 대한 아벨라르의 회고는 대략 이러했다.

“책을 펼쳐 놓고 학문에 관한 대화보다는 사랑에 관한 대화가 더욱 많았으며, 설명보다는 키스가 더욱 많았네. 내 손은 책보다 그녀의 가슴으로 가는 일이 많았지. 우리들의 눈은 문자를 더듬을 때보다 서로를 마주보는 일이 더 많았네. 되도록 의심받지 않게 하기 위해, 때로 나는 그녀에게 매를 들었지.
분노의 매가 아니라 사랑의 매, 미움의 매가 아니라 애정의 매였네. 이 매질은 어떤 향료보다도 달콤했네. 결국 우리들은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베풀어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던 걸세. 이러한 기쁨들이 새로우면 새로울수록 우리는 더욱 열정적으로 거기에 빠져들었고, 그래서 쉽게 포화 상태에 도달하지도 않았네.”

아벨라르는 학문이고 수업이고 모두 내팽개치다시피 하며 애정 행각에 몰두한다. 이를 알게 된 퓔베르가 개입해 두 사람을 갈라놓지만, 머지않아 엘로이즈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일부분)


이토록 사랑했던 두 사람이기에 성직자와 수녀로 떨어져 사는 것은 얼마나 힘든일이었는가

그러니 엘로이즈는 아벨라르와 교환한 편지에서 '황후로 불리기보다 당신의 창부로 불리는게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라며 인간으로서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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