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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의 여름, 마르셀의 추억 (이브 로베르 감독)

영화&음악 이야기

by 순한 잎 2016. 6. 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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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의 추억 - 이브 로베르 감독

행복한 여름방학을 보내고 돌아온 마르셀은 별장에 대한 추억으로 가득하기만 하다. 수업시간에도 오베르의 언덕과 하늘, 릴리와의 기억으로 수업시간에도 전념할 수가 없다. 장학금이 걸린 경시대회에 학교 대표로 뽑힌 마르셀을 위해 학교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그를 지도한다. 휴일에도 학교에 나가서 공부해야하는 마르셀에게 지난 여름의 별장은 더욱 더 그리워져만 간다. 이러한 마르셀의 마음을 안 어머니는 주말을 이용해 별장에 데려가겠다고 약속하고 먼 길을 돌아 별장에 도착한다. 오랜 친구 릴리를 다시 만나는 즐거움과 언덕들을 오르는 기쁨을 안고 학교에 돌아온 마르셀은 매주마다 별장에 가고 싶어한다. 그러나 월요일 오전마다 보충수업이 있는 아버지 때문에 마르셀의 바램은 이루기 어렵다. 얼마나 마르셀이 별장에 가고 싶어하는지를 헤아리는 섬세한 어머니는 우연을 빌어 시장에서 교장선생님 사모님을 만나, 서로 시장을 같이 다니는 사이로 친분을 쌓고, 그녀의 장기인 바느질 솜씨까지 동원하여 아버지도 모르는 사이에 보충수업 시간을 목요일로 옮긴다. 별장에서 보낸 크리스마스에는 넉넉하고 마음 좋은 이모부가 선물을 안고 방문하고 어머니는 일곱 가지 디저트로 이들을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개인 소유의 성들로 인해 네시간의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별장까지의 여정은 무거운 짐들과 여동생을 안고 가야하는 어머니와 마르셀 가족 모두에게 버겁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의 제자로 수로 감시원을 하고 있는 부지그를 만나고 그의 도움으로 사유지인 세개의 성을 지나 20분만에 도착한다. 은사님의 덕택으로 수로 관리원이 되었다는 부지그는 수로문의 열쇠를 선물하려 한다. 그러나 아버지는 남의 땅을 몰래 숨어다니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기 싫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약한 몸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위해 주말 별장행을 참아내는 아내를 위해 그 열쇠를 받는다. 덫을 확인하고 토끼요리에 넣을 향신료를 뜯으러 나간 마르셀은 길을 잃은 예쁘장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귀족적인 차림과 당당한 말투로 마르셀의 기를 죽인 이자벨은 길을 잃은 자기를 안내하라며 말하고 손등에 키스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아버지가 유명한 시인이라는 말과 빼어난 피아노 솜씨 등 신비한 그녀에게 반한 마르셀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개흉내를 내기도 하고 그녀가 내미는 메뚜기도 받아먹는다. 이자벨에 빠진 마르셀에게 릴리는 덫도 돌보지 않아 개미가 파먹은 자고새를 던지고 가고 동생 폴은 놀리기만 한다. 그러나 마르셀은 그녀의 아버지가 항상 술에 취한 삼류 시인이며, 그가 숭배한 이자벨은 거짓말에 능한 허영심 많은 보통의 여자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자벨 가족은 떠나고 마르셀의 첫사랑의 추억도 묻힌다.
한편 부지그가 준 수로문의 열쇠로 세개의 성을 지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마르셀과 가족은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불안한 마음으로 몰래 허리를 숙이고 지난다. 첫번째 성의 주인에게 들켰다고 생각한 순간, 성의 주인은 오히려 이들 가족을 초대해 차와 다과를 베풀며 환대한다. 두번째 성의 관리인인 농부 역시 그들을 쫓는 흉내만 낼 뿐 마르셀의 가족들에게 호의적이다. 그러나 무시무시한 덩치의 개와 술주정뱅이 퇴역군인이 지키고 있다는 세번째 성은 언제나 조마조마하기만 하다. 어머니는 언제나 세번째 성을 지나는 것을 꺼려하고 돌아가자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말로만 듣던 주정뱅이 딸기코의 관리인과 마스톡이라는 검은 불독에게 들킨다. 열쇠를 압수하고 훔친 것이냐고 묻는 관리인에게 사실을 말하지만, 관리인은 짐을 모두 풀고 검사하고 아버지의 공무원증도 압수한다. 모욕적으로 그들을 위협하는 관리인의 횡포에 어머니는 그만 기절하고 마르셀의 가족은 근심에 싸인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해고될 수 있다는 조항으로 불안해하는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모아놓은 돈이 있다며 격려한다. 그러나 부지그의 재치로 관리인을 혼내주고 공무원증을 되찾은 아버지는 대상자였던 교육훈장을 받는다. 마르셀 역시 경시대회에서 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다.
4년이 지나 현명하고 인자했던 어머니는 세상을 떠난다. 동생인 폴은 자신이 사랑했던 별장의 양치기가 되었으나 3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자연의 섭리를 깨닫게 해준 릴리는 전장의 포화 속에서 전사하고 마르셀은 영화사 사장이 되어 회사건물로 사들인 옛성으로 향하던 날,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본 듯한 성의 모습에 의아해한다. 수풀 속에서 바라본 성의 모습과 사자상은 어머니가 그토록 겁내하던 세번째 성의 것이었던 것이다. 잠겨진 성의 문을 부수며 마르셀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를 추억하고 그 성을 어머니에게 바친다.

< 마르셀의 여름>(원제: 아버지의 영광)에 이은 <마르셀의 추억>(원제: 어머니의 성)은 맑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한 영화이다.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문인으로서는 최고 영예인 프랑스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된 마르셀 빠뇰은 자신의 어린시절 경험을 담은 이 소설들을 자신이 직접 영화화하고 싶어했다. 이 때문에 <마농의 샘>, <빵집 마누라> 등의 원작자로 영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던 빠뇰은 이브 로베르의 청을 거절했었고, 이브 로베르는 빠뇰 사망 후에도 유족들을 설득하여 30년만에 영화를 완성하게 된다. 아버지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와 사랑을 그린 <마르셀의 여름>과 어머니의 섬세하고도 강인한 사랑을 추억하고 있는 <마르셀의 추억>은 한 소년이 성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양분이 된 수많은 다양한 요소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묘사로 펼쳐진다.
< 마르셀의 여름>에서 자연이라는 거대한 우주의 질서와 섭리를 깨우쳐준 친구 릴리가 있었다면, <마르셀의 추억>에서는 첫사랑의 경험이 추가된다. "너는 이제부터 내 매력의 노예가 될 거야"라며 예쁘장한 용모와 허영기 있는 상상력으로 자신이 지어낸 세계를 믿게 만드는 이자벨은 마르셀에게 부채질을 시키고, 개처럼 짖게 하고 산 메뚜기를 입에 넣게 하기도 한다. 이자벨과 지내느라 릴리와 함께 관리하는 덫도 소홀히 하고 동생의 비웃음도 받지만 마르셀에게 있어 이자벨은 천사이다. 아마도 조숙하고 새침한 여자아이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인 대부분의 성장소설에서는 빠지지 않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게 숭배했던 이자벨 역시 설사로 화장실을 들락날락해야 하는 보통의 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첫사랑은 끝나고 마르셀은 또 하나의 성장점을 긋게 된다.
섬세한 감수성과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가득했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서 교장선생님 사모님을 통한 소박한 '로비'도 마다 않는 유연한 삶의 지혜를 가진 여인이었고, 실직의 공포로 불안해하는 남편에게 쌈짓돈으로 격려하는 강인함을 가진 아내이기도 하다. <마르셀의 여름>에서 아버지를 한 인간으로 이해하며 자연의 품에서 부쩍 자란 마르셀은, <마르셀의 추억>에서는 보다 현실적인 상황을 대면함으로써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평범하고 소박한 소시민으로서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사회적 벽인 세개의 성을 지나는 것은 마르셀에게 있어 많은 것을 의미한다. 그 세개의 성이 상징하는 다양한 기득권층의 양상들은 성인이 되어가면서 세상에서 부딪히는 세 가지 유형들에 대한 단적인 예인 것이다. 첫번째 성주는 넉넉한 마음으로 (어머니에게는 '왕국의 꽃'이라는 장미다발을 바치며 은근한 추파도 던진다) 마르셀의 가족들을 환대하고 그가 베푸는 달콤한 성찬에 마르셀은 기뻐한다. 두번째 성의 관리인인 농부는 성주의 존재로 인해 억압자의 역할을 맡지만 마르셀의 가족편에서 그들의 비밀 여행을 돕는다. 세번째 성의 관리인 주정뱅이 퇴역군인은 권력의 끄트머리에 빌붙어 자신이 행사하는 권력의 최대치를 맛보려는 기생적인 존재로 마르셀의 가족을, 특히 어머니를 공포에 떨게 한다.
각각의 성을 지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약자로서의 가족들의 모습과 특히 불안해 하면서도 아들을 위해 그 여행을 계속 고집했던 어머니의 사랑이다. 공포와 수치심과 싸우며 가족을 위해 권력의 횡포를 참아내는 어머니의 세상살이의 지혜란 결국 화해와 우회를 통한 교훈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뒷모습의 윤곽으로만 보이는 성장한 마르셀은 자신이 사들인 옛성이 그토록 그들을 억압하였던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마르셀은 잠겨진 문을 부수는 것으로 어머니의 희생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유년의 행복한 기억을 보답하려 한다. "넘치는 사랑과 용기로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그녀! 추억의 이성을 엄마에게 바친다"라는 마르셀의 독백으로 끝나는 이 영화는 작은 단락의 그림책을 넘기는 것처럼 유쾌하고 잔잔하다. 고유한 프랑스적 감수성에 쉽게 동화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4백 3십만명의 흥행성적을 올린 프랑스에서뿐 아니라 이곳에서도 보편적인 공감대를 자아낼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잊고 있던 유년시절의 짧은 행복과 어머니의 대한 따스한 기억 때문일 것이다.   


마르셀의 여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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