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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까미유 끌로델>

영화&음악 이야기

by 순한 잎 2014. 2. 2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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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까미유 끌로델>

프랑스영화/ 1989년작

출연 :이자벨 아자니/ 제라르 디빠르디유/ 로랑그레빌

줄거리

 

19세기 말, 재능 있는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이자벨 아자니)은 최고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제라르 드파르듀)의 제자로 입문하고 그의 연인이 된다. 또 다른 연인 로즈를 사귀고 있던 로댕과의 관계에서 단지 그의 애인일 수밖에 없었던 까미유 끌로델. 제도권 예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로댕에게는 저항하고 인간 로댕에게는 집착하는 카미유의 갈등은 그녀 자신을 혼란에 빠트리고 결국 사회로부터 고립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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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2. 15일) 밤에 EBS 에서 1989년  브루노 누이땅 감독의 작품인 까미유 끌로델이 방영됐다.

어쩐일인지 그날따라 곁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 영화를 보게 되어,

거실 불을 어둡게 한 뒤 혼자 몰입되어 영화를 보았다. 그래서 더욱 좋았다.

 

'까미유 끌로델' 하면 이름 앞에 '로뎅의 연인'이라는 수식이 붙곤 하는데,

그것부터가 씁쓸하다.

까미유 끌로델과 로뎅에 대한 이야기는 익히 잘 알려져있지만 나는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어떻게 풀어갔는지 궁금했다.

이미 알려진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이 담담히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조각가로서 재능을 보이는 신예 까미유 끌로델, 이미 거장인 로뎅,

스승과 제자 관계, 사랑하는 두 사람, 유부남과 미혼녀,

이런 관계속에서 까미유는 연인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결혼을 요구하고 우유부단한 로뎅은 의사가 불분명하다. 

그녀는 과도한 집착과 피해망상 속에 시달리고 결국 30년동안 정신병원에서

불운한 삶을 마감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자꾸 까미유 끌로델에 감정이 이입되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피해의식 속에서 자꾸 두 개의 대립된 구조만이 떠올랐다.

 

거장 로뎅 & 신예 까미유 끌로델

19세기 당시 남성 & 여성

 

까미유가 정신병자가 되어 경찰의 손에 이끌려 작업실을 나오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왔다. 그녀의 비참함과 쓸쓸함에 마음 아팠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래, 결국 피해는 여자가 보는군..."

하는 참으로 단순하고도 유치한 결론이 내려졌다.

 

이미 로뎅은 당시 유명한 조각가였고, 까미유 끌로델은 열정과 재능이 돋보이는

신예 작가다. 처음 얼마간은 로뎅의 제자로서 로뎅이라는 거목의 덕을 보았을런지

모르지만 이런 구조 속에서 까미유 끌로델은 결코 빛을 볼 수 없다.

더구나 로뎅의 여자라는 소문이 파다하여, 사람들은 로뎅의 작품을 감상하면서도

"저게 그 여자래"하며 쑥덕댄다.

까미유의 사랑은 왜곡되고, 그녀는 창녀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가십거리가 되고 만다

 

그녀는 여자였고 신인이었기에, 남자이며 이미 거장이었던 로뎅을 이길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로뎅의 그늘에서 결코 헤어나지 못한채 예술가로서 삶을 마감한다. 

 

로뎅을 박차고 나온 당당한 까미유 끌로델이 왜 그토록 로뎅으로부터의 피해의식에서

헤어나지 못했을까 안타깝다. 좀더 자신감 있었다면 피해의식의 망상 따윈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겉으로 보기와는 달리 그녀의 내면은 한없이 여린 것이었을까?

 

만일 로뎅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충분히 여성조각가로 더 이름을 날리며 많은 작품을 남겼을 것이다.

로뎅은 이미 초창기부터 그녀의 작품에 대해 놀라움을 갖고 있었다.

로뎅은 그녀가 대단히 훌륭한 조각가라는 사실을 전율하듯 느끼고 있었던거다.

그런 그녀를 로뎅은 자신의 뮤즈로 삼아 곁에 두고자 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까미유는 로뎅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애증과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신병원에서 생을 마감한다.

영화속에서 로뎅은 그녀가 잘되기를 바라고 밀어주고자 하는 사람으로

비쳐지는데(다른사람의 대사를 통해) 사실은 어떠했을까. 정말 그랬을까?

글쎄다......아마 얼마간은 사실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녀가 그지경이 된 데에는 아마 로뎅의 책임도 클 것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위대한 조각가이며 자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스승 로뎅에게

한 사람의 예술가로서 인정은 받았다는 것.....

로댕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녀의 이름 또한 사라지지 않겠지.......

비록 로뎅의 그늘밑이지만.....그러나 이런 사실이 왠지 씁쓸하고 마음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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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윤범의 음악 클래식 강연에서 '드뷔시'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까미유끌로델, 이 영화의 한 장면 중에 프랑스 음악가 드뷔시가 나온다는 걸 알게되었다.

영화속에 드뷔시가 나오는 것을 사람들은 대부분 지나친다고 한다. 나 역시...

영화중에 까미유가 로뎅으로부터 나와 혼자 독립적인 창작활동을 하는 때가

나오는데, 그때 까미유를 아끼는 주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살롱같은 사교계에서 명함을 돌린다. 그때 명함을 돌리는 한 사나이가 바로

드뷔시였다. 드뷔시는 당시 여자관계가 매우 복잡한 사람이었는데

까미유에게 반해 한동안 까미유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그러나 까미유는 그를 이성으로 대하지는 않았었나보다.

대신 까미유의 작품 중에 <왈츠>라는 작품을 선물했다고 한다.

드뷔시에 대해 알고보니 그의 몽환적이고 독특한 음악세계가 재미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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