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 언니’의 작가인 아동문학가 권정생씨가 17일 지병으로 타계했다. 향년 70세. 고인은 20대부터 만성심부전, 결핵 등으로 오랜 기간 투병했으며 최근 3∼4년 간 병세가 악화돼 작품 활동을 접고 요양에 몰두 오다 16일 입원했었다.
1937년 일본 도쿄의 빈민가에서 태어난 고인은 광복 직후인 1946년 외가가 있는 경북 청송으로 귀국했지만 가난으로 인해 가족들과 헤어져 어렸을 때부터 나무장수, 고구마장수, 담배장수 등을 전전했다.이후 경북 지역을 떠돌다 67년 안동시 일직면 조탑동에 정착하여 그 마을 교회 문간방에서 살며 종지기가 되었다.
69년 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해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의 삶을 시작한 그는 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화부문에 ‘무명저고리와 엄마’가 당선되었고, 75년 제1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다. 80년대 초부터 교회 뒤 빌뱅이언덕 밑에 작은 흙집을 짓고 살았다.
그의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다.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 북녘 형제에 대한 사랑을 주제로 깜둥바가지, 벙어리, 바보, 거지, 장애인, 외로운 노인, 시궁창에 떨어져 썩어가는 똘배, 강아지 똥 등 그가 그려내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힘없고 약하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을 죽여 남을 살려냄으로써 결국 영원히 사는 그리스도의 삶을 작품 속에 그려냈다.
‘몽실언니’ 외에도 ‘점득이네’ ‘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시집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무명저고리와 엄마’, 수필집 ‘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우리들의 하느님’ 등이 있다.
1984년 출간된 ‘몽실언니’는 현재까지 60여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아동문학계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았다. 제1회 기독교 아동문학상(1969), 제22회 새싹문학상(1995) 등을 수상했다.
유족은 없으며 장례는 6.15 민족문학인협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가 공동 주관하는 민족문학인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빈소는 안동병원(051-820-1679), 발인은 20일 오전 9시, 장지는 생가가 있는 안동시 일직면 조탑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하느님, 하느님은 무얼 먹고 사셔요?"
어두운 하늘에서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습니다.
"보리수 나무 이슬하고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 조금 마시고 살지."
"어머나! 그럼 하느님, 저도 하느님처럼 보리수 나무 이슬이랑, 바람 한 줌 그리고 아침 햇빛을 먹고 살아
가게 해주세요."
"그래. 그렇게 해주지. 하지만 아직은 안 된단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처럼 남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는 세상이오면 금방 그렇게 될 수 있단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가요?"
"그래. 이 세상 사람 모두가."
......
"하지만 내가 이렇게 애타게 기다리는데도 사람들은 기를 써 가면서 남을 해치고 있구나."
돌이 토끼 얼굴에 물 한 방울이 떨어져 내렸습니다. 하느님이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 동화 <하느님의 눈물> 중에서-
* 영혼이 맑은 권정생 선생님, 하늘나라에서도 종지기로 맑게 사실 것만 같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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