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시집) 노원호

좋은동시&동시집

by 순한 잎 2006. 7. 29. 12:59

본문

 

노원호 님의 맑은 동시집 < e메일이 콩닥콩닥 >


e 메일이 콩닥콩닥



“어쩐지 네가 자꾸 보고 싶다.”


e메일을 보는 순간

가슴이 콩닥콩닥


엄마가 볼까 봐

얼른 덮어 버렸지만


친구 얼굴이

@처럼 똘똘 틀어박혀 있어

열어 보고

또 열어 보고


결국 나도

“네가 좋다.”

하고 보내 버렸지 뭐야.


그런데

내 콩닥거리는 마음까지도 함께 갔을까 봐

또 가슴이 콩콩거린다.




내가 가진 것



내가 가진 것은 바람이다.

아무 곳이나 넘나들며

이웃과 어울릴 줄 아는 바람


지하철역 계단에서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엎드려 있는 사람 어깨 위에

햇살 한 줌 내려놓고


골목길을 지나가다

응달 구석진 곳

떨고 있는 마른 풀잎에게는

손을 잡아 주었다.


이 겨울 날

내가 가진 것이라곤 바람 한 점뿐이다.




해가 지고 있네요



어머니, 지금 해가 지고 있습니다.

서쪽 하늘에 붉은 노을이 가득한

저녁 어스름

어머니 생각에 지그시 눈을 감아 봅니다.

언젠가 나의 잘못을 모두 덮어 버리고

나를 힘껏 껴안아 주시던 어머니

세상의 어둡고 환한 빛들을

모두 감싸 안으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빨간 해를 보세요.

오늘은 어쩐지

어머니처럼 그렇게 빛나고 있습니다.

남을 위해 모두를 주면서도

한 점 아쉬움마저 드러내지 않은 해

오늘은 그런 어머니 얼굴로

내 앞에 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

저 붉은 해도

지금, 어머니처럼 그렇게 지고 있습니다.



꾸중 듣던 날



엄마한테 꾸중 듣던 날

마당의 꽃나무가

누워 있어 보인다.


하늘의 별도 누워 있고

풀잎들도 누워있고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이 캄캄한 밤

나는 어쩌다

나 혼자뿐인 것 같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