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감성사전>
눈물
지상에서 가장 투명한 詩
똥
대자대비의 표정으로 가부좌를 틀고 앉은 또 하나의 부처님
삼각관계
재능 없는 작가들의 일용할 양식처럼 울궈먹는 작품의 뼈다귀
성냥개비
본디는 한 그루 나무였다. 지금은 전신이 억만 갈래로 쪼개져 전생의 업보를 다 털었다.
마지막 희디흰 뼈 하나를 모두 태우고 적멸로 돌아갈 때까지 충혈된 눈빛으로 암송하는
나무관세음보살.
현모양처
오직 여자로 태어나야만 성취될 수 있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덕적 경지다.
현대에 이르러 거의 멸절 위기에 놓여 있다.
진눈깨비
저물어 가는 겨울 풍경 속으로 쏟아지는 비창이다.
세월의 통곡이다.
목메이는 그리움이다.
쓰라린 아픔이다.
부질없는 사랑이다.
회한의 눈물이다. 시린 뼈의 신음이다.
수면제
배고픔은 참을 수 있어도 외로움은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고통스럽게 일용하는 밤의 양식.
불면의 세월 속에 무성하게 자라오르는 허무의 수풀을 잠재우고 허약해진 육신의 아픔을
일시적으로 사라지게 만드는 안식의 초대자. 꿈의 동반자. 소음 제거제.
일기장
신이 하루종일 시간에 멱살을 잡혀 끌려다닌 흔적들을 날마다 문자로 정직하게 실토해놓은
고백록.
결혼
사랑에 대한 착각을 최종까지 수정하지 않은 남녀들이 마침내 세월의 함정속에
공동으로 투신하는 사건
여자
남자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난해한 학술자료다.
아무리 연구를 계속해도 그 본질이나 특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지 않는 존재다.
때로는 얼음같이 차갑고 때로는 불같이 뜨겁다.
때로는 가시처럼 날카롭고 때로는 솜털처럼 부드럽다.
때로는 풀잎처럼 연약하고 때로는 칡뿌리처럼 강인하다.
남자들에게 사랑의 열병을 앓게 만드는 독향을 간직하고 있다.
사랑에 약하고 질투에 강하다.
어머니가 되었을 때 가장 성스럽고 아내가 되었을 때 가장 철부지가 된다.
변덕이 심하다. 눈썹을 한 번씩 깜빡거릴 때마다 변덕은 두 번씩 일어난다.
남자는 마음에 의해 자신을 변모시키지만 여자는 생각에 의해 자신을 변모시킨다.
그러나 그 어떤 문장으로도 여자를 확실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단지 확실하게 설명할 수 있는 점은 이 세상 모든 여자들이 나이가 들면 할머니로 변하고 마는
사실이다.
주인공
작중 인물 중에서 가장 목숨이 끈질긴 존재.
예술
술 중에서 가장 독한 술이다. 영혼까지 취하게 한다.
예술가들이 숙명처럼 마셔야 하는 술이다. 모든 예술 작품은 그들의 술주정에 의해서
남겨진 흔적들이다. 거기에는 신도 악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아름다움만이 존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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