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 최영욱
찻잎 따는 날이면
어김없이 무릎을 꿇습니다
착하고 어린 잎들을 키워낸
저 큰 산에 엎드려 한 번 절하고
다시 그 착한 잎들에게 용서하라 용서하라
무릎 꿇습니다.
허나 절을 하고 무릎을 꿇으면서도 그 어리디
어린 잎들의 목을 툭툭 끊는다는 게 여간
힘들고 미안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너로 인한 향이 여러 고운 이들의 몸을 감싸고
너로 인한 국물이 여러 설운 이들의 몸을 덮혀
묘용(妙用)이 일어날지니
어김없이 올 봄에서 차밭에서 절하고 무릎 꿇을 것입니다.
용서하라 어린 찻잎들아
부디 용서하라
우리 주고받은 곡조 짙은 상처들아
어디 향 좋은 차 마주하시거든
절 아니래도 무릎 꿇지 않아도 좋으니
머리 숙여 합장 한 번은 어떨까 싶습니다
* 요즘 박근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나라가 하도 어수선하고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다시 시가 읽고 싶어지는 때이다.
언제 시를 읽었던가? 한동안 시를 놓았던거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인과 같은 저런 가난하고 순결한 마음을 지닌 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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