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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족 사진 /최영재/ 지경사

좋은동시&동시집

by 순한 잎 2016. 6. 1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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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으로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뒤늦게 블로그에 올리네요,)

최영재 선생님의 동시와 그의 부친이신

유명한 최영수 화백의 만화를 같이 실은 책,

<마지막 가족 사진> 이라는 책입니다.

아동문학가 최영재 선생님의 아버지 최영수 화백은

1933년에 동아일보에 입사하여 만화 <뚱딴지>를

연재하신 분인데 6.25 때 납북되었다네요.

단란하고 부유했던 가정은 그 사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고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어린 최영재 선생님은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어린 날을 보냅니다.

아버지의 만화와, 아버지가 근무했던 동아일보 사의 신춘문예로 등단해

아동문학가가 된  아들 최영재 시인의 동시, 그리고

아버지가 살아계셔 꿈만 같던 시절의 흑백 사진이 나란히 실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나는 이 책을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정독하고

최영재 선생님께 곧바로 메일을 보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난 메일이었지요.


이 책은 남북 분단으로 인해 슬픔을 겪은 어느 가정의 아픈 가족사입니다.

하지만 책으로 만들어져 독자의 손에 안기는 순간,

개인의 아픔으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닌, 문학적 승화로 감동을 안겨 줍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다정한 부자는 책 안에서 만났습니다.

책 안에서 회포를 풀고 있을 두 부자지간의 만남을,

나는 독자로서 박수쳐 드리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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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몇 편 소개합니다.

모든 시가 다 좋아, 다 적고 싶지만....참아야죠. ^^



마지막 가족 사진


1950년 1월 1일

아버지는 두 아들 끌어안고

엄마는 9개월 된 딸 품에 안고

싱긋 웃으신다


단란한 둥지

일곱 달 뒤 터질 시한 폭탄이

우리 집에 장착되어 있는 줄도 모르고

부모님은 저렇게 웃기만 하신다


째깍

째깍

째깍


아버지 도장


여름 방학 마치고

1학기 생활 통지표를 선생님께 도로 낸다


'학교에서 가정으로' 난에는 선생님 도장

'가정에서 학교로' 난에는 보호자 도장


매년 엄마 도장을 찍어 내다가

딴 애들처럼 아버지 도장 찍고 싶어

엄마 몰래 아버지 도장을 찍어 냈다


"정말 아버지가 네 통지표를 보셨니?"

물으실까봐

선생님과 마주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납


중학교에 입학하니

학기말 고사 때마다

서무과 직원이

스탬프를 들고 들어와


수업료 안 낸 사람을 찾아 시험지에

빨간색 도장 쾅 쾅! 찍는다


내 시험지에도 어김없이 쾅!

미납


빨리 돈을 내든지

아니면 아버지를 모셔 오란다


납북되신 아버지를

어디로 가서

어떻게 모셔 오나?



제가 왔어요


1978년 신춘 문예 당선 소감 원고를 들고

동아일보사 현관문 손잡이를 만지는 순간


-어어, 우리 아들 축하!

손잡이에 눌어붙은 아버지의 손과 악수를 했다


-녀석, 너도 글을 쓰려고?

출입문을 열고 사방 하얀 회벽을 둘러보는데

벽에서 잠자던 아버지 시선들이

우르르 달려 나와 나를 안아 준다


-허허, 네가 아버지 일터에 왔구나.

1층 바닥에서 잠자던 아버지 발자국들이 깨어나

2층으로 안내한다


'아버지 만나면 실컷 울려고 했는데 오늘은 기쁜 날이니

울지는 않겠어요. 그렇지만 아버지, 여기 제가 왔어요.

네 살배기 아들이 서른한 살 되어 아버지 일하시던 곳에

이렇게 왔어요.'


최영수 화백

수필가, 시나리오 작가, 유머 소설가, 영화 제작자,

1911년 경기도 안성에서 태어남.

일본 도쿄 가와바타 미술학교에서 동양화 전공.

1933년 동아일보사 입사. 월간 '신동아'부에서 <신가정>을 편집하며

동아일보 연재만화 <복남이의 탐험기>(1932) , <얼간 선생>(1935) <뚱딴지>(1938)등과 삽화 그림.

1946년 경향신문사 초대 문화부장 , 출판 국장, 6.25전쟁 중 서울 혜화동 자택에서 납북.


아동문학가 최영재 선생님은 동시, 동화로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며,

아버지를 닮아 그림도 정말 잘 그리시는 분입니다.


이 책을 널리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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