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동시) 아버지 젖꼭지/ 신현득

좋은동시&동시집

by 순한 잎 2013. 10. 8. 08:23

본문

 

 

아버지 젖꼭지

 

                      신현득

 

아버지 가슴에 까만 젖꼭지

엄마가 될 수 있는 흔적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젖을 주지 않는가?

더 많은 사람 젖 주기 위해

한 아기에게는 젖 주지 않는다.

 

아침에 나가서 아버지는

종일 흙과 같이 산다.

기계를 쓰다듬어 엔진을 건다.

땀에 젖은 까만 젖꼭지.

 

더러는 석탄 갱구에서

석탄을 보듬고

더러는 바다에서

바다를 달랜다.

 

지친, 해질 무렵에

아버지 두 손 위에 놓이는 건

물고기 몇 마리일 수도 있다.

몇 푼 동전일 수도 있다.

흙이 놓아주는

몇 개 과일일 수도 있다.

우리 식구들에게 고루 나누어질것

 

이것을 들고 아버지가

저녁에 돌아와

작업복을 벗으면

아버지 가슴에 두 개 젖꼭지.

 

그때서야 안다,

어째서 아버지는

엄마가 될 수 없는가를.

 

   -1987, 동시집  <아버지 젖꼭지>

 

<아동문학세상> 2013, 가을호에 수록된 시입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