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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봄의 프로펠러 / 백우선

작가들의 책

by 순한 잎 2014. 8. 2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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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선 선생님의 시집을 받자마자 너무나 잘 읽고는 책더미 속에 올려놓는 바람에

포스팅하는 것도 잊고 지냈다.

작가분들이 보내주신 책은 되도록 열심히 읽고 좋다고 생각되는 건 꼭 올리는데,

종종 이렇게 잘 읽고 난 책을 까맣게 잊고 사는 경우가 있다.

바쁘거나, 읽고 난 책을 우연히 책 더미속에 쌓아놓을 때 잘 그러는데

이번엔 둘 다 해당된다.

"선생님 시집 읽고있는데 넘넘 좋아요."라고 메시지 보내고, 또 "제 책도 곧

보내드릴게요."해놓고는......책도 못보내 드리고....요즘 넘 바빴기 때문이다.    

 

백우선 선생님은 1981년에 <현대시학>에 시가 추천완료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셨다. 실력이 쟁쟁하신 분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국어선생님으로 근무하신 이력을 갖고 계신걸로 안다.

세미나와 고성숲에 갔을 때 몇번 뵈면서 작고 마른 체구에, 맑은 인상,

그리고 유머와 위트가 넘쳐나는 분인 걸 느꼈다.  

그 후 그 분의 카톡 프로필 사진에 올려진 시나 멘트를 보면서, 시인의 성품이

느껴졌는데, 잘못된 사회에 대한 저항 정신을 가진 시인이라는 느낌을 갖게 되었고,

이 선생님에게 호감이 가면서 '시'가 궁금해졌다.

마음은 서로 통하는 법인지...! 이런 내마음을 어찌 아시고 2010년에 나온 시집

<봄의 프로펠러>(문학의전당)와 동시집 <느낌표 내 몸>(시로 여는 세상)을 보내주셨다.

이럴 때 그 반가움이란~! ^^

 

시집 <봄의 프로펠러> / 백우선/문학의전당

 

봄의 프로펠러

 

장미를 위하여

 

그 이름, 얼마를 달싹여 이렇듯 겹겹의 입술인가

 

그 얼굴, 얼마를 여겨보아 이렇듯 겹겹의 눈시울인가

 

가슴에 모아 올린 두 손,

 

얼마나한 떨림의 겹침인가

 

한시도 안 놓으려 깨우는 침--전신의 가시여, 가시여

 

 

나무의 지도

-나뭇잎

 

한 그루의 나무를 아는 데에도

수만 장의 지도가 필요하구나.

 

손바닥만 한

오만 분의 일 지도

 

이어지고 이어지는

생명 입자들의 길

 

네게로 가는 길로

다 들어있구나.

 

빛의 새

 

하양머리마고새를 아직도

못 보셨나요?

신단수꽃 만발한

그 깊은 비원의 숲에서

알 낳는

빛의 알을 낳는

어둠의 씨알들을 쪼아먹고

하루와 한 해와 백천 년의

아침을 낳고 있는

그와 함께한

향기로운 빛웅덩이에서

긴 꽁지를 돌아보며

멀리를 내다보고 있는

알에서 갓 깨어나

종종거리는 빛아기 떼로

더 환한

하양머리마고새를 아직도

못 보셨나요?

 

하늘매발톱꽃

 

매는 슬퍼하는 것을 잡지 않는다.

병든 것, 죽은 것,

덫에 걸린 것도 쪼지 않는다.

새끼 밴 것, 어린 것,

주린 것도 쏘아보지 않는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도 놓아둔다.

기꺼이 준비된 것들의 급소만을 향해

날카로운 부리로 일격을 가한다.

그런 매만이 꽃이 된다.

아직 푸르른 하늘빛 꽃이 된다.

살점을 물어뜯는 부리의 꽃이 아니라

합장하듯 움켜잡는 두 발의

두근대는 맥박 끝

온몸을 감싸 안는 발톱꽃이 된다.

 

* 이 외에도 좋은 시들이 참 많다.

대다수의 독자들이 시를 외면해도 꾸준히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도

있는 법! 시인들이 힘을 내서 시를 썼으면 좋겠다.

이제 곧 가을이다. 음식만 풍요로운 가을이 아닌, 시가 풍성한 가을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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