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동시,동화나무의 숲에 나무를 심게 됩니다.
<열린아동문학>에서 가꾸는 숲이지요.
그 곳에 내나무를 심는다면 어떤 나무를 심을까?
며칠동안 행복한 고민을 했습니다.
이제껏 살면서 어딘가에 내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리저리 선배님들께 여쭤보았습니다.
홍종의 선생님께 여쭤보니 배롱나무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저랑 어울린다네요. ^^
나무를 잘 아시는 안선모 선생님께도 여쭤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배롱나무를 심겠다고 하셨습니다.
"히히. 나도 선배님 따라 배롱나무 할래요."
예전에 경상도쪽 여행했을 때 배롱나무를 처음 보았습니다.
뜨거운 해 쨍쨍 내리쬐는 한여름, 붉은 꽃을 달고 있는 나무가 신기했었어요.
그때 처음 배롱나무를 알았어요.
오늘 행복한 결정을 끝내고 배롱나무를 찾다보니 이렇게 좋은 시도 있네요.
도종환 시인의 '배롱나무'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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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
배롱나무 / 도종환
배롱나무를 알기 전까지는
많은 나무들 중에 배롱나무가 눈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던 일을 포기하고 싶어
혼자
외딴섬을 찾아가던 날은
보아주는 이도 없는 곳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혼자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꽃은 누구를 위해서 피우는 게
아니라고 말하듯
늘 다니던 길에 오래 전부터 피어 있어도
보이지 않다가 늦게사 배롱나무를 알게 된 뒤부터
배롱나무에게서
다시 배웁니다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
시집 도종환의 '부드러운 직선'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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