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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 / 이정록

좋은시& 시집

by 순한 잎 2011. 8. 2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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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정록/ 창비시선

 

 

 

이정록 시인의 시집 <정말>(창비).

정말 좋은 시들이 많습니다.

시 읽는 즐거움을 한껏 누리게 해준, 참말로 좋은 시집.

그 중 재밌는 시 한 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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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

                      이정록

 

그릇 기(器)라는 한자를 들여다보면

개고기 삶아 그릇에 담아놓고

한껏 뜯어먹는 행복한 식구(食口)들이 있다

작은 입이 둘이고 크게 벌린 입이 둘이다

그중 큰 입 둘 사라지자 울 곡(哭)이다

식은 개고기만 엉켜붙어 있다

개처럼 엎드려 땅을 치는 통곡이 있다

 

아니다, 다시 한참을 들여다보면,

 

기(器)란 글자엔 개 한 마리 가운데에 두고

방싯방싯 웃는 행복한 가족이 있다

옹기종기 그릇이 늘어나는 경사가 있다

곡(哭)이란 글자엔, 일터로 나간 어른 대신

남은 아이들 지키느라 컹컹 짖는 개가 있다

집은 제가 지킬게요 저도 밥그릇 받는 식구잖아요

밤하늘 별자리까지 흔들어대는 목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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