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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학 선생님을 찾아서 (열린아동문학. 2011, 가을호 )

아동문학가

by 순한 잎 2011. 10. 1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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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아동문학-원로 탐방)

 

                                        동화의 뿌리를 찾아 걸어온 길,

                                       설화 연구의 대가 최인학 선생님

                                            “설화속에 숨겨진 한국적 판타지를 찾아내 동화를 써야 합니다.”

 

 

                                                                                대담: 배익천, 백승자, 송재찬, 이상교, 홍종관 / 기록·정리: 김경옥

 

 

8월 23일 화요일, 여름이 한풀 꺾이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한다는 ‘처서’. 햇볕은 아직 따가운 여름이었지만 바람은 역시 시원하여 가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날이었다. 서울역에 모인 작가들이 한 차에 끼어 타고 남양주의 최인학 선생님 댁으로 향했다. 최인학 선생님은 겉모습만 뵈어도 욕심 없는 옛 선비다운 풍모가 느껴지는 분이다. 민속학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선생님께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사뭇 기대 되었다.

 

선생님이 사시는 아파트는 광장만큼이나 널찍한 마당과 분수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는 고층아파트였다. 엘리베이터 문 앞에서는 맑고 순한 얼굴의 최인학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선생님은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셨고 푸근한 인상의 사모님께서도 우리를 환영해주셨다. 사모님은 ‘부산에서 손님이 오시니 꼭 식사대접을 해야 한다.’며 아침부터 음식 준비를 하고 계셨다고 한다. 송구스러워 하는 우리들을 향해 선생님은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은 꼭 밥을 먹고 가야하는 게 우리집만의 풍속이이에요.”라며 웃으셨다. 방문객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모님의 세련된 매너와 배려심은 오래도록 몸에 밴 듯 자연스러웠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아파트 위치가 참 좋네요. 이 집에선 선생님과 사모님 두 분만 사십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들 넷은 모두 미국에서 살고 있어요. 큰 애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자 하나 둘, 모두 미국으로 갔지요. 저희에게도 오라고 하는데 저희는 안갑니다. 여기서 재밌게 살 겁니다.

 

 

 선생님은 1934년에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신 걸로 아는데, 화천 출생으로도 나오던데 정확히 어디가 맞나요?

 

-김천 출생이 맞지요. 중학교 3학년까지는 김천에서 살다가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서울로 와서 계속 살았어요. 강원도 화천은 저희의 작은 별장이 있었던 곳이에요. 주말에만 가곤 했는데 지금은 집을 내놨습니다.

 

 

 김천 출신 아동문학가로는 윤사섭 선생님과 최인학 선생님 두 분의 거장이 계셨네요.

선생님 어린 시절은 어떠셨나요? 부모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어요. 아버님은 제가 5학년이던 때, 마흔 살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내가 유학 가 있을 때 돌아가셨어요. 제가 형제 중 맏이이고 누님이 계십니다.

 

 

 선생님은 인하대학교에서 교수로 오래도록 재직하시고 민속학 연구자로도 유명하신데, 아동문학에 입문하시게 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 저는 처음에 아동문학으로 시작했어요. 하지만 저는 문단 출신이 아닙니다. 좀 얄궂은데 그냥 습작으로 동화를 하나 쓴 것이 있었어요. 그때 ‘옥천사’라는 출판사에서 작품을 보더니 작가들이 쓴 것 보다 좋다고 하며 책으로 내주었어요. 그때가 1959년이었고 그 책이 『노래하는 꽃동산』입니다. 당시 나는 작가가 되기보다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생각이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박홍근 선생의 엽서 한 장을 받게 됐어요. 선생님은 책을 보시고 작품이 좋다며 남산 방송국으로 오라고 했어요. 내게 등단을 권유하셨지만 당시 작가가 될 마음은 없었어요. 선생님은 작품을 써오라고 하면서 『카톨릭 소년』, 『새벗』 등에 내주셨어요. 그때 추천 받았던 작품이 「노래하는 꽃씨」였어요. 그때부터 ‘나도 소질이 있나보다’ 생각하며 십년을 정말로 열심히 썼습니다.

 

 그런데 십년 쯤 지나니까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때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작가의 수련도 받지 않고 작가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내 스스로 실력이 부족한 걸 느꼈어요. 하지만 당시 아동문학을 가르치는 데는 없었어요. 박목월 선생이나 이원수 선생 등이 조그만 팸플릿에 동화는 어떻게 쓴다 하는 정도였죠. 그래서 69년도에 일본으로 유학을 갔습니다.

그때 지도교수는 독일에서 공부를 하고 온 나오에히로찌(直江廣治)라는 분인데, 내게 아동문학을 하려면 설화를 먼저 공부해야 한다고 했어요. ‘안데르센도 설화로부터 시작했다. 한국 동화를 쓰려면 한국 설화를 알아야지 서양의 동화를 한국 사람이 이름만 바꿔 쓸 거냐.’는 말에 자극받고 본격적으로 설화를 공부했어요. 5년 후(1975)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다시 박홍근 선생을 만났어요. 그리고 또다시 동화를 쓰기 시작했어요.

 

 

 일본 다녀오신 후 성향이 바뀌셨나요?

 

-네. 그렇습니다. 동화의 핵심은 판타지입니다. 훌륭한 동화는 판타지가 좌우합니다. 어린이의 세계는 공상의 세계입니다. 그러므로 공상의 나래를 펴 나가도록 돕는 것이 동화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리얼리즘 다시 말해서 어린이의 생활수기에 지나지 않습 니다. 내가 쓴 동화에도 이러한 우를 범한 것이 상당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끝내 등단과정을 거치지 않으셨던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요?

 

- 자신 있게 내놓을만한 작품이었다면 냈을 텐데, 한마디로 내 실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원수 선생께선 ‘너는 추천 안 받고 바로 작가가 됐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시기도 했어요. 1963년도에 장편 『벌판을 달리는 아이』를 하나 썼지요. 이것을 마해송 선생에게 보였더니 원고를 다 읽으시고 손수 ‘머리말’을 써 주셨어요. 제 나름으로는 마해송 선생의 추천을 받은 셈이지요. 지금도 쓰다만 작품이 있어 완성시키려는 중이에요. 동화는 장편을 써야만 작품의 경향도 알고 내용도 알 수 있어요. 짤막한 동화에선 판타지를 잘 구사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내 나름으로 작품을 쓰는 중인데 글쎄…, 언제 완성 할런지는 아직 모르겠네요. 3분의 2정도 썼는데.

 

 예전에 마해송 선생이 쓴 『모래알 고금』과 같은 그런 동화를 쓰고 싶어요. ‘모래알 고금’은 어른이 봐도 좋고 아이들이 봐도 좋은 동화에요. 젊은 작가들이 진정한 동화를 쓰려면 마해송 선생의 『모래알 고금』을 한번 읽었으면 좋겠네요.

 

 얼마 전 최효섭 선생의 작품집 『트럼펫 부는 개』를 읽은 적이 있어요. 그 분은 아주 자연스럽게 작품을 잘 쓰는 분이지요. 작품이 참 좋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생각 나는 것은 『그림동화집』에 「브레맨 음악대」(KHM 27)란 것이 있습니다. 늙어 쓸모없는 동물들이 집을 나와 음악대를 구성하여 즐거움을 준다는 줄거리인데 최효섭 선생의 동화에서도 쫓겨난 개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이 그림동화에서 모티프를 원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설화 속에는 이같이 풍부한 소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거예요. 그리고 이 작품이 판타지 동화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각자 의견이 다르겠지만 동물이 나와 아이들과 이야기 하긴 하는데, 이론적으로 봤을 땐 판타지 동화는 아닌 것 같아요. 작품은 참 좋더군요. 어떻든 여든이 가까운 분이 젊은 필치로 지금도 동화를 쓴다는 것은 보통 이상이지요. 존경할만 해요.

 

 

 요즘 판타지 문학이라고 해서 새로운 장르가 형성되고 있는데 『해리포터』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판타지에 속하는 작품이라 생각하시는지요?

 

-해리포터는 좋지요. 판타지의 본고장에서 나온 동화니까 좋긴 한데 지나치게 상업화되었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좋은 판타지 동화라고 생각해요.

 

 

 작가들이 판타지에 관심은 많은데 쓰기가 어려워 못 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설화를 보라는 거예요. 설화에는 판타지가 참 많아요. 설화의 판타지 기교를 응용해서 한국적 판타지 동화를 쓰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민담을 그대로 재구성(개작)하기 보다는 판타지 동화를 쓰면 좋겠어요. 물론 재구성 작업도 필요하지요. 돌아가신 대가들의 작품을 보면 어려운 시대에 태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작품이 참 철학적이에요. 요즘의 동화는 좀 위험해요. 아이들의 수준에만 맞추려고 하는 동화가 꽤 많아요. 동화라는 것은 연령에 구애받아서는 안 되거든요. 장편동화를 써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어요.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너무 애들 쪽에 맞추는 경향이 있는 듯 합니다. 요즘 신인들이 아직 동화가 무엇이라는 것도 잘 모른 채 상업성에만 집착하다 보니 동화의 깊이도 없고 본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현직에서 제자들을 많이 키우셨을 법 한데, 설화와 판타지를 많이 주입해서 좋은 동화작가가 많이 나오게 하시면 좋겠어요.

 

-동감입니다. 동심을 소유한 작가들이 경향을 따라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쪽으로만 가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는 한쪽으로만 가면 생명이 짧아요. 중용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심오한 얘기는 그만 합시다. (하하!)

 

 

 선생님께서 한창 활동하던 때 친분이 있고 교류를 가졌던 분은 누구셨나요?

 

-박홍근 선생, 김영일 선생, 이원수 선생은 스승 격이었고, 김요섭 선생, 박화목 선생, 석용원 선생. 이런 분들이 계셨지요. 그리고 동료로선 이준구 선생, 이주훈 선생, 이석현 선생, 서석규 선생.

 

 

 여류작가들 중엔 없었나요? 그땐 여류작가가 드물었죠?

 

-황영애 선생, 이윤자 선생, 한윤이 선생 정도…. 예전에 이원수 선생 단골집인 삼미집에 자주 모였지. 이재철 선생도 자주 나왔었고.

 

 

 1998년에 한국아동문학인 협회 회장도 역임하셨는데 당시 협회 분위기는 어땠나요?

 

-그때 분위기는 좋았어요. 당시 경제위기를 당하여 IMF로부터 구제를 받을 때이니까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작가들 분위기는 참 좋았어요.

 

 

 선생님께서 쓰신 저서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압니다. 창작동화와 전래동화 등의 아동도서 외에도 설화 관련 저서들이 많을 텐데 대략 몇 권쯤 되나요? 그런 자료들은 다 가지고 계시나요?

 

-설화 관련저서는 아동도서 이외에 22권이 있습니다. 민속 관련 저서는 19권 정도 있습니다. 몇 권은 분실했지만 거의 소지하고 있습니다.

 

 

 자료들을 국립민속박물관에 기증하셨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요.

 

-민속박물관에 어린이관을 만든다기에 아동 도서를 보내줬어요. 다 준 건 아니고, 일부는 제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어요. 이론 서적은 내가 가지고 있고요.

 

 

 1969년 일본 유학당시 일본 아동문학과 우리 아동문학과의 수준 차이가 있었나요?

 

- 어느 쪽이 더 높다, 낮다, 생각하진 않아요. 일본의 수준이 그렇게 높진 않았어요. 그러나 우리 원로 작가들이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긴 했지요. 일본도 원로 작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좋은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고 해요. 기준을 어디다 두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그 당시에도 동화를 사랑하는 순수 모임의 활동이 활발했었어요. 그리고 왼쪽, 오른쪽 두 계파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있지요. 아동문학작가협회 쪽과 진보단체인 문예작가 쪽인데 두 단체가 맥을 이어가고 있어요. 일본도 아동문학을 키우려고 아동문학관을 오사카에 만들었는데 예산이 없다고 요즘 폐쇄 시켰어요. 그 곳 자료들은 도서관처럼 운영하여 공개하고 있고요.

 

 

 선생님의 예전 작품들, 『노래하는 꽃동산』,『케이블카』,『범식이와 검둥이아이들』,『달을 먹는 아이』등을 보면 현실 저항적인 태도로 고난을 극복하는 의지의 아동상을 많이 보여주신 것으로 압니다. 요즘 쓰고 계시는 작품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작품은 전과 비교하여 혹시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요?

 

- 초창기의 작품의 경향은 말씀하신대로 고난을 극복하는 아동상을 그리는데 주력한 것 같습니다. 어려웠던 시절의 어린이가 겪는 숙명적인 것이겠지요. 그 후의 작품은 마마보이가 겪는 어린이의 위험성을 다루려고 고민했습니다. 요즘은 민속성을 가미한 한국어린이관이 무엇인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만 그게 말보다는 매우 어렵군요.

 

 

 선생님 작품집 중에 로봇, 화성, 달 등이 나오는 동화집도 있던데, 그쪽으로도 관심이 있으셨나요?

 

-그건 일시적으로 출판사 청탁에 따라 쓴 작품이에요. 내 본뜻은 아니에요.

 

 

 현재 쓰고 있는 작품의 제목을 밝혀줄 수 있으신지요?

 

-가제로 「꾸러기들 성큼성큼」이라고 붙였어요. 현재 200자 원고지로 800매정도 썼어요. 앞으로 4~500매 더 써야죠.

 

 

대단하시네요. 워드로 치시나요, 원고지에 쓰시나요?

 

-워드로 칩니다. 그러나 빠르진 않아요. 앞으로 몇 년이 걸릴지 몰라요.

 

 

 선생님, 정말 기대가 많이 됩니다.

 

-에이, 기대하지 말아요. 그냥 어느 날, 책이 나오면 한 권씩 드릴게요.

 

 

선생님의 손자들 중에 제일 어린 손자는 몇 살인가요? 할아버지가 쓰신 동화를 좋아하나요?

 

-지금 35살 된 막내 아들 ‘범식’이는 어릴 때 제 작품 속에 주인공으로 등장했지요. 하지만 아들을 모델로 삼지는 않았습니다. 범식이에게서 나온 손자 ‘우진’이가 지금 2살인데, 이 놈이 개구쟁이에요. 한국에 있으면 몇 편 동화가 나올 법도 한데, 현재 미국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동영상을 보며 즐기고 있습니다. 두 살배기가 그림책을 좋아해요. 읽지도 못하면서 항상 옆구리에 끼고 있어요. 제 작품 속에 삼돌이가 이 녀석이랑 비슷해요.

 

 

 앞으로 계획이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웃으시며) 뭐 그런 거 없어요. 그냥 현재 쓰고 있는 작품 마무리 하고, 지금도 강의하고 있으니 강의 잘하고요.

 

 

 선생님은 현재도 활발하게 강의를 하고 계셨다. 인하대학교에서 명예교수로 계시고 정신문화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설화, 단국대학교에서 민속학 강의 외에도, 10월에는 중국의 중앙민족대학의 초청으로 한 달 동안 강의가 잡혀있다고 하셨다.

오랜 시간 인터뷰에 응하시느라 힘드실 것을 염려해 잠깐 밖에 나가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맑은 날씨에,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파트 내의 분수와 잔디, 그리고 정자를 배경으로 화기애애하게 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 촬영을 끝내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 거실, 서재 등을 구경했다. 집안 구석구석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참 편안한 느낌이랄까. 검박한 서재엔 오래된 책들이 은은한 향기를 내뿜고 있었고, 한쪽엔 최근에 작가들이 보내준 책들도 눈에 띄었다. 선생님은 기품 있어 뵈는 조용한 선비의 모습, 그 자체였다. 미소는 선량하시고 말씨는 맑고 간단했다. 연세에 비해 얼굴도 곱고 건강하셔서 보기에 좋았다.

 

 구경을 끝내고 식탁에 둘러앉아 사모님이 정성스레 차려주신 저녁을 먹었다. 손이 얼마나 크신지! 두 개의 냄비에 전골을 푸짐하게 끓여놓으셨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대화는 즐겁게 이어졌고 선생님과 사모님은 우리들의 수다를 재미있게 들으셨다. 두 분의 모습이 흡사 다정한 동무 같다고나 할까. 오랜 세월 함께 한 편안하고도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셨다.

 

원로 탐방 시간은 언제나 우리 후배 작가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특히 이번 최인학 선생님과의 대담은 우리 모두에게 창작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일깨워 준 시간이었다. ‘설화 연구의 대가’답게 우리의 전통 설화 속에서 우리 동화가 나아갈 미래를 조곤조곤 알려주신 선생님. 노익장을 과시하듯 젊은 사람도 쓰기 힘든 1200매의 장편 창작에 매달려 계시되, 결코 서두르지 않고 고요히, 천천히, 한 자 한 자 채워 가시는 선생님의 모습은 우리에게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동화 공부를 위해 유학을 떠나셨던 그 첫 발걸음이 지금은 민속학의 대가로 자리매김 하시고, 어린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살아있는 문화유산을 남겨주는 작업에 큰 공을 세우신 최인학 선생님! 선생님의 바람대로 설화를 통한 한국적 판타지 동화가 많이 창작된다면 우리 아동문학의 장은 한층 차원이 높아질 것이다.*

                                                                                       <열린아동문학> 50호 (2011,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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