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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추천 동화책 ( 가족 사진 / 남찬숙 )

작가들의 책

by 순한 잎 2011. 2. 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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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가 권하는 동화집

 

 

 

                                               조금만 비켜서서 자리를 내줄 수 있다면….

                                               행복한 가족사진 이야기

                                               - 남찬숙의 <가족사진>

 

                                                                                                             글: 동화작가  김경옥

 

엄마에게 나 아닌 또 다른 딸이 있었다면?

엄마를 똑 닮은 딸이, 나 말고도 또 있었다면, 그때 내 기분은 어떠할까요?

아마 누군가 지구를 흔들어 놓은 것만큼이나 심한 충격에 머리가 아찔해지겠죠?

동화책 <가족사진>은 엄마에게 있었던 숨겨놓았던 딸이 우리집에 와서 함께 살게 되는 이야기에요.

내가 사랑하는 엄마 아빠를 그 언니(미선언니)와 나눠가지는 것만으로도 속상한데, 미선언니는 얹혀사는 주제에 뻔뻔하게도 내 방과 내 침대까지 빼앗아버리고 미안한 기색조차 없습니다. 주인공 ‘나(현경)’는 결국 남동생과 한 방을 써야하는 처지가 되지요. 이 정도 되면 화가 불끈 솟아나면서 이 침입자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죠. 게다가 엄마 아빠는 언니 입장만 헤아리고 내 입장을 헤아려주지 않아요. 그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묘한 형국이 되어 갑니다. 주인공 현경이는 질투심과 서러움이 한덩어리가 되어 침입자가 밉기만 합니다. 게다가 철석같이 믿고 있던 동생 현규마저도 자기보다 그 언니가 더 좋다며 “큰누나 큰누나-” 하고 따르니 속은 부글부글 썩어만 갑니다.

하지만 엄마 아빠가 집을 비운 이틀 동안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 난 걸까요? 주인공은 그날 미선언니의 행동을 보면서 ‘역시 언니는 언니다.’라는 마음을 갖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밤의 일이 문득 떠오릅니다. 깜깜한 밤에 거실에서 미선언니가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 모습 말입니다. 무엇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었을까요?

주인공은 내 것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미선언니가 안고 있던 상처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 자신을 슬그머니 되돌아봅니다. 그리고 호주의 고모네로 가려는 미선언니를 붙잡기 위해 현규 랑 사고를 치는데 이쯤에선 마음에 뭉클한 감동이 전해집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동화는 그동안 많이 나왔어요. 하지만 이 책은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심리적 갈등을 통해 가족의 의미와 가족의 힘을 곱씹어보게 합니다.

이 동화를 읽다보니 떠오르는 시가 있는데 한번 들어보실래요?

 

 

아래층에서 못을 박는지

건물 전체가 울린다.

그 거대한 건물에 틈 하나를 만들기 위해

건물 모두가 제 자리를 내준다.

그 틈, 못에 거울 하나가 내걸린다면

봐라, 조금씩, 아주 조금씩만 양보하면

사람 하나 들어가는 것은

일도 아니다.

저 한밤중의 소음을

나는 웃으며 참는다.

 

                                                    -고영민 시인의 시 <즐거운 소음>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일은 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조금씩 양보하면서 틈을 내주는 것 아닐까요? 틈을 내주기까지 아픔과 고통도 따르고 시끄러운 소음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그 틈을 내주고 나면 넉넉한 마음과 함께 또 다른 평화가 찾아오겠지요. 주인공 현경이가 틈을 내준 그 자리에서 미선언니가 환한 얼굴로 가족사진을 찍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어린이문예, 2010.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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