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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불량 아빠 만세 <부산일보>

김경옥작가 동화·책 서평

by 순한 잎 2010. 10. 13.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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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 '빵점 아빠'라고요? … 난 아빠를 닮고 싶어요
불량 아빠 만세 / 김경옥

[어린이 책] '빵점 아빠'라고요? … 난 아빠를 닮고 싶어요
[어린이 책] '빵점 아빠'라고요? … 난 아빠를 닮고 싶어요
 
 
 
 
 
 
 
아버지란 존재는 뿌리를 깊숙이 내리고 있는 큰 나무처럼 위엄이 있었다. 함부로 하기는커녕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운 존재이기도 했다. 아주 가끔 아버지의 눈물을 보기는 했지만, 아버지는 강한 존재였다. 시대가 참 많이 달라졌다. 아버지 아니 아빠는 때로는 함께 놀아주는 철없는 친구 같기도 하다.

여기 또 한 명의 철부지 아빠가 등장한다. 세상의 시선으론 '불량 아빠'다.

'불량 아빠 만세'의 주인공은 한부모 가정에서 자라고 있는 찬우. 찬우 아빠는 다른 아빠들과 좀 다르다. 남들처럼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지도 않고, 하루 종일 주식투자 한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빈둥거리기 일쑤다. 아빠의 주장대로라면 '전업 투자자'지만, 찬우가 보기엔 놀고 먹는 사람이다. 게다가 이혼을 해서 혼자서 찬우를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다.

겉으로 봐선 모범 아빠와는 거리가 먼 빵점 아빠다. 록밴드 가수처럼 덥수룩한 긴 머리에 꽉 끼는 청바지와 굽 높은 가죽부츠를 신고 찬우네 운동회에 나타나서는 아빠들의 달리기 시합에서 꼴지를 하고, 급식 도우미로 학교에 와서는 뜨거운 국물을 어린 학생의 손에 쏟아 난장판을 만들기도 했다.

달리기 1등에다 학급 회장을 하는 찬우는 그런 아빠가 창피하다. "아빠가 나 위해서 해 준게 뭔데? 경수네 아빠는 돈도 많이 벌고 외식도 잘 시켜 주는데, 아빠는 뭐야?" 그렇게 대들기도 했다. 할머니는 아빠더러 불량스런 놈이라 하고, 엄마도 아빠가 불량 남편이라며 곁을 떠났다. 옆집 사는 친구 경수도 불량 아빠라고 놀려댄다.

그래도 아빠는 찬우에게만큼은 불량 아빠가 되지 않으려 애쓴다. 기죽은 모습 안 보이려고 찬우 앞에선 허풍 떨기 바쁘고, 어린애처럼 까불며 찬우와 놀아주기도 한다. 찬우가 생각해도 유치하기는 해도 불량한 건 아니지 싶다. 찬우도 다른 건 몰라도 친구처럼 대해주는 아빠의 모습만큼은 닮고 싶었다.

작가는 불량 아빠가 회개해 하루아침에 모범 아빠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주진 않는다. 찬우 아빠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대신 엄마의 빈자리를 메우려고 애쓰며, 자식에게만큼 최고의 아빠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빠를 이해해가는 찬우에게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아빠에게도 꿈이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워렌 버핏 같은 세계적인 투자가가 되는 것보다 큰 꿈이다. 바로 아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고, 아들을 바르고 훌륭하게 잘 키우는 일이다.

일류 대학을 나오고 돈 많이 버는 옆집 경수의 아빠가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지만, 실은 불량 아빠라고 무시하던 경수도 찬우가 부럽다. 늘 세상일에 치어 제대로 이야기 나눌 시간도 없고, 밤마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진짜 불량 아빠들에 비해 찬우 아빠는 늘 함께 하려 애쓰는 친구 같은 아빠이기 때문이다. 사회에선 불량 아빠라고 해도 찬우에겐 '슈퍼 아빠'다. 아빠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동화다. 초등 1~3학년용. 김경옥 글·소복이 그림/108쪽/시공주니어/9천원.

이상헌 기자 tt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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