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씨는 지난해 7월 ‘행복한 아버지 학교’라는 인터넷 강의를 접했다. 일단 수강 신청은 했지만 “인터넷으로 뭘 배우겠느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나 한 달간의 강의가 탁씨를 바꿔놓았다. 강의 숙제는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아이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것. 탁씨는 숙제를 하면서 자신에게 소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탁씨는 “그동안 좋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그려놓고 가족과 나를 꿰어 맞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가족은 부부가 함께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이후 탁씨는 가족회의를 시작했다. 주말에 가족끼리 무엇을 할지, 무엇을 먹을지 의논해서 정했다. 인터넷에 가족 카페도 만들었다. 부부싸움 게시판을 만들어 글로 서로에게 섭섭함을 얘기했 다. ‘그러다 말겠지’라고 생각했던 아내는 탁씨가 매달 ‘아내의 날’을 만들어 아이를 대신 보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이자 마음을 열었다.
탁씨처럼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열공’하는 30, 40대가 늘고 있다. 지난해 3월 인터넷 평생교육업체인 휴넷(www.hunet.co.kr)이 시작한 ‘행복한 아버지 학교’ 수강생은 1년 만에 4000명을 넘었다. 대부분 30~40대 젊은 아빠다. 이들은 강의가 끝난 뒤에도 두 달마다 만나 노하우를 나눈다. 수강생들은 “주말에 놀이공원에 데려간다고 좋은 아빠가 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대화”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이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시대의 변화를 꼽는다. 아빠놀이학교 권오진(51) 교장은 “대가족은 아버지가 무뚝뚝해도 형제나 친척 등을 통해 아이들이 놀이와 인성을 배울 수 있었지만 핵가족은 아버지가 친구가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사회성을 배우지 못해 컴퓨터 게임 등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송신경정신과 송수식 원장 역시 “아버지가 돈만 벌어오면 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아버지는 이제 자녀의 멘토이자 친구, 코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길·채승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