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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김자환 선생님 별세

아동문학가

by 순한 잎 2008. 12. 3.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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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시던 동화작가 김자환 선생님이

그동안 앓던 암으로 12월 1일(음력 11월 4일) 별세하셨습니다.

오로지 아이들과 동화만을 생각하며 창작열을 불태우던 김자환 선생님!

57년이란 그 분의 생애가 왜이리 짧고 안타깝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네요.

누구보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신, 천상 동화작가인 분이었는데...그래서 슬픔이 더욱 큽니다.

치료도 열심히 받으시고, 늘 긍정적이며 밝은 마음을 가진 분이었는데...이렇게 일찍 가시다니...

 

'여수' 하면 김자환 선생님이 떠오를 정도로 여수의 대표적인 작가요, 참 교육자요,

게다가 의리와 정이 넘치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여리디 여린 분.....

훤칠한 키에, 시원시원하게 생긴 외모, 그리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다 싶으면서도

어딘지 소녀같은 고운 감수성을 지녀 때때로 사슴처럼 커다란 눈에 눈물을 매달고 있던 분!

그래서 오빠 같기도 하고, 큰형님 같기도 하다가, 때론 언니 같기도 했던.....

 

서울에서 온 후배들을 극진히도 대접하시던 인정 넘치던 분이었는데...

뭐 하나라도 더 먹이려고, 또 더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려고,

이리저리 계획하시고 움직이시던 그 몸짓과 

그 고마운 마음 씀씀이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작품에 대해서도 늘 좋은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문학의 고마운 선배님!

술 한 잔 들어가면 구수한 입담에 저절로 술맛이 돌게 했던 분!

 

가슴엔 항상 사랑을 지니고 살던 분,

그리고 시를 좋아했던 분!

 

오늘 선생님은 여수 바다의 품에 안기셨겠군요.

 

자유로운 삶을 좋아하셨듯, 하늘나라에서도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시면서

동화같은 행복한 세상을 맘껏 누리고 사시옵소서~

분명, 행복하게 잘~ 사실거예요.

누구나 언젠가는 가는 그 곳...조금 빨리, 먼저 가셨지만

나중에 저도 때가 되어 그곳에 가면 이곳에서 미처 다 나누지 못한 '문학 이야기'

'인생 이야기' '사랑 이야기'......술 잔 주고 받으며 실컷 나눠요, 선생님!

이곳에서 많이 보고 싶을테지만, 분명 이곳보다 더 행복한 곳으로 가셨다 생각하며

기쁘게 이별 하렵니다~

   

김자환 선생님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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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환 선생님이 쓰신 시   

 

 

겨울 밤, 나로도에서

                              김사람 (본명 김자환 )



하늘

나로도의 겨울바닷바람이 머리를 사납게 풀어헤치고 미친년처럼 싸돌아다니 는 밤, 그래도 하늘은 한 점 동요 없이 잔잔하였습니다. 바람이 그러든 말든   하늘은 여전히 차게 맑았고, 아, 거기, 빙어 떼 같은 별들이 별들이 찰랑찰랑  물소리를 내며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투망을 던지면 맑은 물을 뚝뚝 흘리며   그물 가득 건져질 것 같은 그것들, 하얀 비늘을 반짝이며 파닥파닥 튈 것 같   은 그것들……. 나로도의 겨울 하늘은 물 반 별 반이었습니다.


다리


      섬과 육지가 은밀히 내통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나는 가슴이 뛰었습니다.

      첫눈이 와서 하늘 가득 안개꽃이 피어오르던 그 날처럼

      그대 마음 안을 처음으로 엿보던 그 날처럼

      가슴이 설레이었습니다.

      다리,

      내가 건널 수 없는 곳이기에 더욱 그리운 그곳을

      밤무지개로

      빙어 떼 같은 별 무더기로

      열어 주는 그대.



바람


      아무도 바람을 탓할 수 없습니다.

      죽어야 끝날 이 미친 마음을 내 어찌할 수 없듯이

      바람도 몸을 비울 무덤이 필요합니다.

      바람의 저 커다란 발걸음,

      무덤 찾는 저 슬픈 몸부림을

      우리는 아무도 탓할 수 없습니다.


      그대를 비워야합니다.

      아니 그대를 비웠습니다. 그런데

      그대 비워 가벼워야 할 이 발걸음

      왜 이리 무거울까요

      힘이 들까요.

      아, 빈 것은 이렇게 무거운 것이로구나.

      빈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로구나.


      달려가던 바람이 바다에 빠졌습니다.

      파랗게 자지러지는 겨울 바다

      이젠, 이제는 내가 바람입니다.



바다


      앞산이 화안해서 눈물 나고

      벚꽃이 피어서 또 눈물 나는 밤

      봄이 와도 봄이 없는 슬픔으로 절망스런

      불면의 밤이면

      나, 바다를 꿈꾸었듯이

      그대 또한 바다를 꿈꾸었으리.


      이 겨울

      내가 흘린 눈물로 세상이 다 젖는데

      돌아앉은 산들

      싸늘한 침묵…….


      바다는 비가 와도 젖지 않나니

      세상과의 불화도

      고단한 영혼도

      바다는 가슴 열어 받아들이리.


      내 눈물도

      그대 눈물도

      바다는 가슴 열어 받아들이리.

      내일 또 내일

      바다에서 우리는 하나 될 수 있으리.

 



      오리온

      이승에서 갖지 못한 작은 방 한 칸

      나, 죽어서 마련한 천상의 작은 방

      그대 위해 언제나 열어두지요.

      방안에 아직 남은 별 몇 개는

      나, 죽어서도 못 버리는 그리움 조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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