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월 11일 단국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번에 장옥관 시인께서 제23회 단국문학상을 수상하셨다.
수상 시집은 <그 겨울 나는 북볔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수상 소감을 들어보니, 참 겸손하시다.
'어떤 상이든 과거보다는 미래에 더 방점을 두는 게 일반적인 경우인데
자신의 문학은 그런 면에서 의심이 없지 않다.'라는 말씀과
평소 지론이 ' 등단 여부와는 상관없이 오늘 아침에 시를 쓴 사람이
시인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래서 이 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시도 무척 좋은 데다 얼굴은 온유하시고, 마음도 넉넉한 분처럼 여겨졌다.
네 편의 수상작 중 2편을 올려 본다.
붉은 꽃
장옥관
거짓말 할 때 코를 문지르는 사람이 있다 난생처음 키스를 하고 난 뒤
딸꾹질하는 여학생도 있다
비언어적 누설이다
겹겹 밀봉해도 새어나오는 김치냄새처럼 도무지 잠글 수 없는 것, 몸이
흘리는 말이다
누이가 쑤셔 박은 농짝 뒤 어둠, 이사할 때 끌려 나온 무명천에 핀 검붉은 꽃
몽정한 아들 팬티를 쪼그리고 앉아 손빨래하는 어머니의 차가운 손등
개꼬리는 맹렬히 흔들리고 있다
핏물 노을 밭에서 흔들리는
수크령,
대지가 흘리는 비언어적 누설이다
춤
흰 비닐봉지 하나
담벼락에 달아붙어 춤추고 있다
죽었는가 하면 살아나고
떠올랐는가 싶으면 가라앉는다
사람에게서 떨어져 나온 그림자가 따로
춤추는 것 같다
제 그림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그것이
지금 춤추고 있다 죽도록 얻어맞고
엎어져 있다가 히히 고개 드는 바보
허공에 힘껏 내지르는 발길질 같다
저 혼자서는 저를 드러낼 수 없는
공기가 춤을 추는 것이다
소리가 있어야 드러내는 한숨처럼
돌이 있어야 물살 만드는 시냇물처럼
몸 없는 것들이 서로 기대어
춤추는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나를 할퀴는
사랑이여 불안이여
오, 내 머릿속
헛것의 춤
- 장옥관 시집 < 그 겨울 나는 북볔에서 살았다> (문학동네, 2013)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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