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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즐거운 책읽기

by 순한 잎 2013. 10. 2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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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읽는 여성성 she

(로버트 A. 존슨/ 동연출판사)

 

빨간 표지의 작고 얄팍한 책인데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를 바탕으로 여성심리에 관한 본질적인 문제들을 탐색했다. 첫 장부터 무척 재미있고 쉽게 읽힌다. 번역을 잘했는가 싶어 번역가 약력도 살펴보았는데, 역시 제일 첫번째는 저자가 뛰어난 사람인 듯 싶고, 번역가인 고혜경 님도 신화학 박사에 꿈 분석가로 이 책을 번역하기에 딱 적임자다.

여성의 심리를 이해할 때 프시케와 에로스 신화만큼 명료하게 잘 전달되는 신화는 없단다.

인간 행동과 심리패턴을 공부할 때 인류 초기로 되돌아가는 것이 큰 도움이 되는데, 그 이유는 근원적인 것일수록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내용이 쉽게 파악된다고 한다.

 

융은 남성 내면의 여성적인 측면을 아니마anima라고 하고, 여성 내면의 남성적인 측면을 아니무스animus라고 부르는데 이 책은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이 책에는 여성성의 특질인 지혜와 성찰이 남자의 삶에 얼마나 커다란 변화와 힘이 되는가 저자의 글을 빌려 소개해보겠다.

 

먼저 프시케 공주 이야기로 시작해야한다.

왕국의 셋째공주인 프시케는 여신처럼 아름답고 매혹적이어서 그녀를 숭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자 진짜 여신인 나이 많은 아프로디테가 질투하여 잔인한 신탁을 내린다. 프시케는 너무 아름답고 숭고하여 사실 아무도 그녀에게 구혼을 하지 못할 정도여서 그녀는 뼛속까지 외로운 여자다. 이런 프시케에게 아프로디테가 내린 신탁은 그녀가 죽음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은 여자에게 있어 죽음을 의미한다. 실제 원주민 종족의 결혼식은 납치와 장례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결혼이란 처녀성의 상실과 함께 꼭 핑크빛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고 있다.)

어쨌든 아프로디테는 프시케를 파괴하고자 자신의 아들이자 사랑의 신인 ‘에로스’를 보낸다.

(그러나 파괴이기보다는 오히려 프시케를 성장시켜주는 계기가 된다.)

 

사랑의 신 에로스는 아모르, 큐피드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아프로디테는 에로스에게 프시케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아 죽음과 사랑에 빠져서 더 이상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지 못하도록 명령한다. 그러나 에로스는 자신의 화살에 손가락이 베어 프시케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프시케의 언니들은 낙원 같은 곳에서 살고 있는 동생에 대해 시기심을 갖는다. 낙원같은 곳이란, 여성의 자아가 없는 무의식적이며 남성지배적인 것을 의미한다. 즉 남편 에로스는 프시케에게 ‘묻지도 말고 뭘 알려고도 하지 말고 그저 순종적으로 살면 낙원과 다름없는 행복한 생활을 영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언니들은 이런 행복한 동생에게 질투를 느껴 에로스를 죽이라고 꼬인다. ‘네 남편은 본래 흉측한 구렁이이며 아기가 태어나면 잡아먹을 것’이라고 모함한 것이다. 그리하여 동생 프시케에게 ‘등불과 칼’을 준비하여 에로스를 죽이라고 조언을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귀중한 상징이 바로 등불과 칼이다.

그러면 여기서 말하는 ‘등불과 칼’은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여성은 등불은 사용하되 칼은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을 설명하고 있다. 칼은 명쾌한 식별을 위해서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칼을 써야할지 말지는 나중에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그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칼이란 남성을 몰아붙일 만큼 파괴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쏟아붓는 말도 칼에 해당된다. 이 법칙은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인 아니마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면 등불은 무엇인가.

신화에서는 프시케가 자고 있는 에로스의 얼굴에 등불을 비춤으로써 그동안 몰랐던 그의 존재를 비로소 알게 된다. 등불을 비추자 비로소 에로스가 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등불은 이와 같이 남성의 존재를 밝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프시케와 에로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여성심리를 분석하고 살피는데 아니마와 아니무스 면에서 인상깊은 내용을 정리해보겠다.

아래 글은 여성성 아니마anima가 남성을 일깨워주고 힘이 되어 준다는 내용이다.

 

<<여성은 자신의 의식의 등불로 남성의 가치를 비추어 드러내 주는 능력이 있다. 이런 능력이 잘 적용되면 남성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 남성은 자기 내면 어딘가에 자신은 신이며 장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여성이 등불을 켜서 남성 내면에 살고 있는 신의 이미지를 보여줄 때 남성은 자기 안에 있는 신적인 부분을 살릴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럴 때 남성의 의식이 확장된다. 이런 순간 남성은 전율한다. 아직까지도 남성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인식하는 데 여성의 인정이 필요한 듯 하다. 남성의 삶에서 여성이 결핍되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난다. 개개인 남성에게 자기 안에 있는 최선을 일깨워주는 존재가 바로 여성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아무리 용기를 잃게 되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여성이 있다면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 남성의 심리에는 특히 빈 공간이 존재한다.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 아내나 어머니로부터 가장 심오한 자기가치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된다. 의식이 높은 남성이라면 자신의 아니마로부터(자신 안에 갖고 있는 여성성) 확신을 얻기도 한다. 여성은 등불을 밝혀서 남성의 가치를 비추어 드러내어준다.

 

(다음은 밑줄을 그으며 읽은 부분들을 기록해보았다)

남성은 여성이 자신을 위해 빛을 밝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이다.

여성이나 남성의 아니마가 종종 남성을 새로운 의식으로 인도한다.

여성은 남성을 위해 진화의 매개자가 된다. 여성은 종종 남성에게 새로운 차원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빛을 비춘다. 남성은 실제 등불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게 감사한다.

남성들은 자신들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여성의 빛에 의존하고 있다. 횃불은 여성적인 빛이다. 주변을 부드럽게 밝혀준다. 넓고 강렬하게 비추지만 한순간 사라지는 우주적이고 남성적인 빛인 태양과는 다르다.

여성은 횃불이라는 부드러운 빛을 지니는 동시에 칼도 가지고 있다. 칼은 상처를 입힐 수도 또 죽일 수도 있다.>>

 

여성과 가까이 있으려는 남성의 열망은 대단히 크다고 한다. 그렇다고 꼭 여성에게만 의존 할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여성성anima 을 발견하라는 이야기다.

 

여성 또한 남성에게 가장 소중한 선물을 주고 싶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남성의 갈망을 채워주고 싶다면 그 남성이 자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얼마나 큰 빛을 줄 수 있는 지 여성 본연의 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신화를 통해 여성성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나가 처음부터 끝까지 즐겁게 읽었다.

저자는 이 책과 함께 <신화로 읽는 남성성 he>도 썼다. 그 책에는 떠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을까.

 

책정보

▶ 장별 간략한 내용 소개 

 

제1장 아프로디테 Aphrodite

생식이나 본능적 모성에 충실한 원시적인 여성성의 본질을 탐구한다. 이런 원시적인 여성성의 이해는 여성 내면에 존재하는 위협적이고 파괴적인 여성성의 원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2장 프시케 Psyche

아프로디테적 원시 바다 같은 무의식의 여성에서 프시케적인 새로운 여성성의 탄생을 다룬다. 어두운 밤하늘에 초승달이 등장하듯 갓 새롭게 태어난 여성성의 이미지 프시케의 등장은 의식 진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한다.

 

제3장 에로스 Eros

에로스가 만든 낙원의 정체를 밝힌다. 프시케는 에로스와 사랑에 빠져 낙원에서 살아간다. 낙원에서 프시케는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은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여성의 흔히 보여주는 남성에 대한 복종이나 무의식적인 수용의 정체를 탐색하도록 도와준다.

 

제4장 그림자 Shadow

프시케 언니들의 목소리를 통해 여성 내면에서 일어나는 불평과 잔인한 파괴력에 대한 심리학적 이해를 추구한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여성들이 겪게 되는 죽음과 부활의 과정을 다루고 이런 여성 내면의 어둡고 파괴적인 부분이 무의식적 수용과 복종이란 낙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임을 보여준다.

 

제5장 아니무스 Animus

여성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을 이야기한다. 내면의 남성인 아니무스를 이해함으로 여성은 더 이상 아니무스의 지배를 극복하게 된다. 동시에 여성이 남성의 빛이 된다는 여성 본연적인 힘을 설명한다.

 

제6장 사랑한다는 것 Loving

에로스의 화살에 상처를 입어 사랑과 사랑에 빠진 사이키의 초개인적이고 초의식적인 체험을 다룸으로 사랑에 빠졌을 때의 체험이 평범한 일상의 삶보다 훨씬 강렬하고 위대한 체험임을 보여준다.

 

제7장 딜레마 Dilemma

우리가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에게서 그 사람을 넘어선 신적인 경지를 발견하게 된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 된다는 체험은 동시에 둘이 분리되었다 사실을 직면하게 하면 또 상대에게서 신적인 측면을 발견함으로 가지게 되는 상대적 열등감이라는 사랑을 둘러싼 최대의 역설을 다루고 있다.

 

제8장 패닉 Panic

여성의 통곡이나 발작 같은 동물적인 체험이 판이란 그리스 신에서 기원하며 여성의 이런 비이성적인 반응이 위기극복을 위해 좋은 방법임을 시사한다. 마침내 프시케가 자기에게 상처를 입힌 신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비밀을 지니고 있음을 이해하게 되고 여신 아프로디테를 찾아간다. 아프로디테는 프시케에게 4가지 시험을 한다.

 

제9장 분별 Sorting

첫 번째 시험이다. 여성의 심리는 집중되지 않는 의식이라 부르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미가 등장한다. 여성이 개미의 원시적이고 대지적인 특성을 개발하면 무의식에서 유입되는 물질을 적절히 분별하여 의식으로 통합이 가능하다. 이로써 여성성의 위대한 특질 하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제10장 바른 자세 A right attitude

거대하고 본능적이고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남성성의 상징이 숫양을 직면하여 황금양털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남성적인 방식이 아닌 여성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이는 여성이 필요한 만큼의 남성성을 수용하는 여성성의 방식 즉 여성의 바른 자세를 보여준다.

 

제11장 스틱스 강 Styx river

한 잔의 물을 떠오는 과제는 독수리처럼 날아서 너른 시야로 세상을 보는 눈과 한 번에 한 잔의 물만 정확하게 채우는 질적인 충만함을 배우는 과정이다. 너른 시야와 정확함은 여성에게 반드시 필요한 과제이다.

 

제12장 지하세계 persephone's realm

의식의 성장을 위해서 거쳐 가야 하지만 최고로 두렵고 그렇지만 풍부한 영성적 거름으로 충분한 역설적인 세계이다. 이 과제는 아직은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주어졌으며 의식의 진화의 마지막이자 최대의 시련이랄 수 있다. 신화에서 지하세계의 여정을 반드시 다루는 이유는 이 영역이 우리의 의식진화를 위해서 필연적인 과정이며 이때가 왔을 때를 준비시키고 이 여정을 무사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제13장 조이와 엑스타시 Joy & Ecstasy

여성성의 본질이 바로 이것임을 명확히 한다. 여성이 의식발달의 최정점에 도달하면 자신의 여신적 특질을 발견하며 조이와 엑스터시를 얻게 된다. 이런 조이와 엑스터시는 개인의 심리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 가장 절실히 회복되어야 할 여성성의 최고의 선물이다.

 

저자 : 로버트 A. 존슨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융연구소에서 수학한 미국의 정신분석가이자 심리학자이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강연자이면서 수많은 책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존슨은 꿈과 신화의 세계를 존중하고 무의식의 메시지를 따르는 삶이 얼마나 경이와 신비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게 되는지, 그리고 또 포스트모던 사회에서 영성적인 자세로 산다는 것이 어떤지를 전 생애로 보여주는 산 증인이다.

저서로는 『남성 (He)』, 『여성 (She)』, 『우리들 (We)』, 『내면작업 (Inner Work)』,『엑스타시(Ecstasy)』, 『여성성의 상실과 회복 (Femininity Lost and Regained)』, 『자신의 그림자 받아들이기 (Owning one's Own Shadow)』, 『변형 (Transformation)』, 『천상의 여인과 함께 누워 (Lying with the Heavenly Woman)』, 『하늘과 땅 사이의 균형 찾기(Balancing Heaven and Earth)』, 『충만함(Contentment)』 등이 있다.

그의 최신작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는 융 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존재, 그림자를 탐구한 심리분석서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신화, 괴테의 '파우스트', 남미와 동유럽의 민속신앙, 중세의 마녀사냥 등 역사, 신화, 종교,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며 그림자의 존재와 의미를 탐구한다. 그림자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원하며, 어떻게 축적되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우리가 그림자를 받아들여 완성된 삶에 이르는 과정을 친절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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