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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와 비평가

즐거운 책읽기

by 순한 잎 2013. 9. 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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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문인이나 학자들은 혹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남의 지적을 받으면

속으로는 그 잘못을 깨닫고도 둘러대거나 꾸며대며 승복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발끈 화를 내고 속으로는 벼르고 있다가 때로 상대방을 해치고

보복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행태를 보고 어찌 느끼는 바가 없겠는가?

 

어찌 글쓰기에서만 그렇겠는가? 말하고 행동하는 모든 상황중에 더욱

이처럼 할 우려가 있으니 , 거듭 생각하고 살펴서 이런 병통을 힘써

없애야 할 것이다. 진실로 바르게 깨달았다면 곧장 고쳐 주저 없이

선(善)으로 나아가야 형편없는 소인배가 되지 않을 것이다.

                                  - <정약용 산문집> 중에서-

 

평론가와 예술가 사이에 반목과 미움의 감정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의 어느 유명한 평론가는 각광 받는 한 작가의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악평을 퍼부었다. 그 작가도 평론가의 비평에 반박을 하곤 했다.

평론가가 나이 많이 들어 지병으로 돌아가시게 되었을 때 제자들이 물었다.

"선생님께서 일생동안 악평하신 그 작가의 작품들을 다 읽으신 것입니까?"

평론가는 회한에 찬 표정으로 대답했다.

"난 그 작가의 작품을 한 편도 읽은 적이 없네. 다만 그 작가 자체가 싫었을

뿐이야."

그러면 무슨 근거로 악평을 한 것인지 제자들이 의아해하자 평론가가 말했다.

"작품을 읽지 않아도 요즈음은 읽은 사람들이 줄거리를 다 떠들어주잖아."

 

도스토예프스키가 24세의 나이에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했을 때

러시아 문단은 깜짝 놀랐다. 그 당시 최고 평론가인 벨린스키는 토스토예프스키를

불러 감탄해 마지 않았다.

"자네가 쓴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있는가? 스무살의 자네 나이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을 텐데."

망연자실한 채 서있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벨린스키는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썼는지 작품의 가치와 의미를 설명해주었다.

말년에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일을 회상하며 '내 생애에서 가장 황홀했던 순간

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얼마 후 문단의 권력 다툼과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벨린스키와의 사이가

멀어지고 나서는 도스토예프스키가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벨린스키는 혹평을

했다.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평론가에게서 버림을 받은 도스토예프스키는 그와 완전히

절교해버렸다.

 

피카소는 자신을 가리켜 비평가와 미술 애호가들을 속인 '지적 야바위꾼'이요,

'동시대 사람들이 지닌 허영과 어리석음, 욕망으로부터 모든 것을 끄집어낸

한낱 어릿광대' 일 뿐이라고 했다.

 

'......대중들은 예술 속에서 더 이상 위안도, 즐거움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세련된 사람들, 부자들, 무위도식자, 인기를 좇는 사람들은 예술 속에서

기발함과 과장과 충격을 추구했다. 나는 내게 떠오른 수많은 익살과 기지로

비평가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이 나의 익살과 기지에 경탄을 보내면 보낼수록

그들은 점점 더 나의 익살과 기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오늘날 명성뿐만

아니라 부도 획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홀로 있을 때면 나는 나 스스로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예술가로 생각하지 않는다......'

 

피카소는 자신의 작품에 경탄을 아끼지 않은 비평가들을 조롱하고 있는 셈이다.

 

예술가와 평론가, 비평가 사이에 반목과 미움이 있을지라도 예술가는

거기에 개의치 말고 소신껏 자기 세계를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피카소처럼 비평가들을 조롱하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여유도

부릴 줄 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조성기 <미움 극복>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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