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장으로부터 '욕망' 이나 '죽음' 을 소재로 작품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욕망에 관한 동화책 <세 장의 욕망 카드> 를 2020년에 냈다. 욕망이나 죽음 둘 다 동화에 담기에는 좀 어려운 주제였고 쓸 때도 사실 많은 고민을 하며 썼다. 다행이 <세장의 욕망 카드> 는 주변 작가들에게도 좋은 평을 얻었고 어린이 독자들과 학부모 독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런데 이번엔 출판사에서 또 '죽음'과 관련된 고학년 작품을 써달라고 했다. 고학년 동화를 잘 쓰는 작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편집장 말을 들으며 뭔가 나를 인정해주는 듯 하여 고마운 마음으로 청탁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죽음에 대해 뭘 쓸까 생각하니 늘 이별이 두려운 부모님도 떠오르고 가족간의 죽음, 이웃의 죽음, 친구의 죽음 등 여러 죽음이 떠올랐다. 암투병 중인 엄마가 떠올라 자주 눈물짓던 때였기에 가족간의 죽음이나 이별은 사유화된 내 슬픈 감정으로인해 객관화된 작품을 쓰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죽도록 미워했던, 나를 괴롭히는 친구의 죽음으로부터 작품을 출발시켰다. 나도 중학교 때 친구의 죽음을 겪었던 적이 있었고 당시 꽤 충격이었다.
작품 쓸 무렵 여러 슬픈 감정들이 나를 괴롭혔고 죽음에만 한정시켜 작품을 쓰기엔 자꾸 한계가 보이는것 같았다. 그래서 미움이라는 감정을 넣어 보았다. ' 그래. '죽음'이란 목숨이 끊어지는 것만이 아니다.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 역시 관계를 죽이고 내 자신을 죽이는 일이다.' 이런 생각들을 해가며 작품을 써나갔다.
그때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손저림이 심해 수술을 해야만 했고, 1 월말까지 원고 마감이었지만 손목 수술로 인해 마감을 조금 연기하여 힘들게 힘들게 손목을 주물러 가면서 완성시킨 작품이 바로 < 나는 네가 밉다> 라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부디 자신을 갉아먹는 미움의 감정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죽은 화초같은 흙빛이 아닌 생생히 살아나는 화초처럼 모든 관계들이 소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