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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동시집 <토라진 자동차>

작가들의 책

by 순한 잎 2015. 4. 1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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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 동안 겨울잠 자느라 게으름을 많이 피웠다.

뱀띠라 그런가...유난히 겨울엔 움츠러든다.

작가 분들이 보내준 책도 못 올리고...이제 동면에서 깨어나 슬슬 활동을 해보자.

그동안 못 올린 작가들의 좋은 작품들을 천천히 하나씩 소개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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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최영재 선생님의 동시집, <토라진 자동차>

위트와 유머가 있으신 최영재 선생님이기에,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동시집을 펼쳤다.

첫 번째 작품 '나'부터 몰입하며 읽게 만든다.

시인의 예리한 시선과 신선한 발상, 위트와 재치로 가득한 동시들...  

 

 토라진 자동차/ 최영재/ 지경사

 

 

 

 

엄마

비행기 유리창 아래에 쓴 파란색 글씨가 다 보여!

"주머니에 전화 왔다."

"나?"

 

엄마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땅 속으로 들어가는 것 좀 봐!

"머리에 거미 앉았다."

"나?"

 

엄마

청설모가 딱따구리 나무 구멍에 들어가서 안 나와!

"목덜미에 가랑잎 들어간다."

"나?"

 

자막

 

세계 2009~2010 그랑프리 파이널(김연아) 여자 싱글

경기가 끝나는 대로 곧

로또 복권 추첨이 있겠습니다. -sbs

 

수천 번의 점프로 휘어진 김 선수의 발목

수만 번의 회전으로 뒤틀린 김 선수의 허리

 

그런데......

 

전등 끄기

 

숲 속 집 밤중에

거실 전등을 켜니

창 너머 아름답던 숲이 사라졌어요

 

거실 전등을 끄자

낮보다 더 멋진 숲이 나타났어요

밤하늘 별무리도 반짝반짝

이쪽을 끄니 저쪽이 잘 보이네요

 

마음속 뾰족뾰족 돋아나는

욕심의 등

고집의 등을 꺼 보세요

나의 새얼굴이 보입니다

 

 

새에게

날개만 있는 게 아니다

 

새에게도

살과 뼈과 있다

 

파드득 파드득

그래서 새를 손아귀에 쥐면

새는 무겁다

 

그러나 새가 죽으면

새만 죽는 게 아니라

살의 무게도 뼈의 무게도 죽는다

 

죽은 새는

종이 한 장보다 더 가볍다

 

 

비가 와서

 

"오늘 비가 와서 1학년 체육 대회를 하지 않겠어요"

"으잉......"

 

"오늘 비가 와서 줄넘기 대회를 하지 않겠어요."

"에잉......"

"내일 비가 온대서 현장 학습 행사를 하지 않겠어요."

"이이잉......"

 

그러던 어느 날 1교시 전

 

한 어린이가 선생님 앞으로 나와 말하기를

"선생님, 오늘 비가 와서 경필쓰기 대회 하지 않는 거 맞죠?"

 

"으잉?"

 

덥다

 

덥다

무덥다

 

그러나

 

참새도

거위도

염소도 황소도

덥다 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만

덥다 덥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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