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정발산 도당굿(말머리굿) 향토문화재 제 41호

이슈&사는 이야기

by 순한 잎 2013. 4. 22. 14:12

본문

2013. 4. 20 일 토요일, 곡우 날, 비가 부슬부슬 내림

일산 정발산 도당제(말머리 도당굿) 

 

 

우리 동네 정발산에서는 2년에 한 번씩 도당굿이 열린다.

이 지역은 수백 년 전부터 인근 6개 마을이 모여 대동제 형태의 마을굿잔치가 열렸는데

그 전통문화가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6개 마을은 냉촌(시원한 물이 흐르는 마을이라는 뜻의 지명), 설촌 (설씨 집성촌)

강촌, 낙민, 노루메기 (노루목 장항동을 말함), 닥밭 (닥나무가 많이 있던 지역) 이다.

그러니까 정발산을 에워싼 아래 마을이다. 마두동 일대와 정발산 아래 장항동(현재 정발산동)

그리고 밤가시 마을 등이다.

 

정발산 도당굿은 대받이 및 사냥놀이, 작두타기 등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어 향토문화재 41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예전엔 6개마을이 단합하여 치뤘던 마을의 큰잔치였는데 지금은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뜻 있는 몇 분들에 의해 겨우 명맥이 이어져왔고, 이제는 향토문화재로 지정되어 시 자체에서

보존하고 있는 우리 무형 문화재다.

 

정발산은 예로부터 명산이라고 한다.

이 도당굿의 기원은 어느 마을 노인의 꿈에, 빨간옷을 입은 동자가 서쪽의 강을 건너 정발산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는데 흰 수염이 많이 난 노인이 호령하여 그 동자를 쫒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때 이 마을에는 괴병이 만연하여 사람들이 죽었는데 정발산 부근의 마을 사람들만 무사했다 한다.

이것은 바로 노인이 꿈속에서 본 것처럼 정발산 산신령님이 붉은 옷을 입은 악마동자를 쫒아 버렸기 때문에

마을이 무사하고 안녕했다고 믿게 된 데에서 정발산 산신령을 위한 도당굿이 시작된 것이라 한다.

 

도당굿은 마을의 만신과 (5명의 무속인) 다섯 명의 악사가 팀이 되어 굿을 치룬다.

 

- 굿에 대한 설명은 고양시 도당굿 보전위원회에서 만든 임시 책자 <정발산 도당굿>를 참고함.

 

                오전 10시부터 오후 17시까지 진행되는데 10시에 갔더니 스텝들이 준비로 바빴다.

 

 

                            정발산 꼭대기에 있는 平心樓

                            이 평심루는 신도시가 개발되고 난 뒤 지어진 누각이다. 평심이라는 뜻이 참 좋다.

 

 

                                   정발산 도당굿을 이제까지 보존해오신 지역 유지분들을 소개하겠다.

                                   정발산 도당굿 보전위원회 위원장 이강은 회장님

                                   연세가 여든 이시라는데 주름도 없으시고 건강해보이셨다.

                                   마음도 후덕하시고 자상한 분이었다. 오래오래 장수하시길 기원한다.

                                   (옆에 내 모습은 자름 )

                                   회장님 말씀에 의하면 이 정발산 도당굿 덕분에 이 지역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국무총리, 그리고 고양시장등 예로부터 삼정승이 배출되던 곳이란다

 

               신도시 개발로 인해 지역 주민들은 뿔뿔히 흩어지고 도당굿의 맥도 끊어지려 할때

               개인 사재를 털어 보존해오신 고양문화원장이신 이은만 원장님 (아래)

               향토 문화 보존을 위해 애를 많이 써오신 숨은 공신들이다.

 

    

     빨간 자케에 빨간 바지가 예사롭지 않은 이 지역 토박이 왕언니들. ㅎㅎ

     오랫동안 이 지역 도당굿과 함께 해오신 분들이다. 모두 소중한 분들.

      악사들이 자리를 잡았다.

 

      요즘 국악에 대해 청탁받고 원고를 쓰는 중이라 이 굿판이 더욱 중요했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들이 무가에서 나온 것들이 많아 이번 굿을 통해 시나위, 산조 등 여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라 더욱 좋았다.

     시나위- 꽹과리, 징, 해금, 대금, 소금, 장고 등의 악기가 제각각 즉흥적으로 어우러지는 민속 음악.

             

 

                            

 

이제 본격적인 굿판이 시작되었다.

12거리 굿을 하게 되는데 처음 시작은 초당굿이라 하여 장구 소리와 함께 부정한 것을 피하는 행위.

제물로 바칠 돼지 세 마리가 오셨다.

 

 

무당들은 계속 옷을 갈아입어 가며 굿을 했다.

1. 초당 2. 부정거리 3.부정말명 4, 성황거리 5.산신거리 6. 산신불사거리 7.도당대받이 8.장군님거리

9.별성거리(작두타기) 10. 신장거리 11. 성주님거리 12. 사냥놀이 13. 창부거리 14. 뒷전거리 

우측에 정동일 고양시 문화재 전문위원께서 굿에 대한 설명을 계속 해주셨다.

정동일 위원은 내 책 <웅어가 된 아이> 작품의 모태가 된 설화 '꼽추 소년'외에도 이 지역 설화를

잘 정리해 놓은 분으로 내가 작품을 쓸 때도 많은 도움을 주신 분이다. 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할 때 보면

무척 달변가이고 해박하신 분으로 이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인사다.  

내가 인사를 드렸는데 무척 사무적으로 딱딱하게 인사를 받아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그의 강직하고도 곧은 성품과 지역 문화재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지닌 분이라는 걸 잘 알기에 

존경스런 마음이다.   

 

 

 

 

 12굿 중 7번째 거리인 도당대받이 : 도당대는 도당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셔오는 거리임.

도당할아버지와 도당 할머니는 산의 주인이신데 도당나무를 찾아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같이

묶어서 모셔 놓는다.  

 

도당 대받이 어르신을 따라 무속인들과 악사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줄을 이어

도당할아버지를 모시러 간다. 따라가는 이가 없어서 지역 어르신과 나도 함께 따라 나섰다.

 

 도당 할아버지를 모시러 가니 그곳에는 하루전에 당주가 담가놓은 조라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조라술은 산신제나 용왕제 등을 지낼 때 쓰는 막걸리의 일종으로 순내주(旬內酒)라고도 하며,

술맛이 달아 감주(甘酒)라고도 부른다. 〈증보산림경제 增補山林經濟〉에 "찹쌀 2되로 묽지도 차지도 않게 죽을 쑤어

고운 누룩가루 5되와 함께 항아리에 넣어 저어주면 몇 시간 내에 거품을 내니, 즉시 항아리를 두껍게 봉하여 온돌에 두면

저녁에 술이 된다. 맛이 청렬(淸冽)하다"라고 했다. 조라술은 속성주이기 때문에 술이 맑다.

1년에 1번씩 마을의 공동 당제(堂祭)를 지내기 전날 청수에 누룩과 쌀을 넣고 단지에 담아

당집 근처의 땅이나 당집 안에 두었다가 마을굿 때 꺼내 쓴다.

당제에 쓰기 때문에 제관이 정성들여 빚어야 한다.

 

나도 따라가서 음복을 했다.

조라술, 처음 맛보았는데 그 맛이 맑고 청량하며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정성이 들어간 술이라 그런지 정말 맛이 좋았다.

 

마을굿은 마을의 평안과 동네 사람들의 건강을 빌고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행위로 동네 잔치나 마찬가지였다.

못 먹던 시절, 마을 아이들은 이 굿판에서 신나게 먹고 덩더쿵 어깨춤을 추며 다함께 흥겹게 놀았던 동네 잔칫날인 것이다.

이 날도 굿판 자체가 하나의 종합예술 행위였으며 신 나고 흥겨운 행사였다.

12거리중 중간까지 한 뒤, 중간에 경기민요 명창이 나와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이 시간에 악사들도 점심을 먹고 잠시 쉰 다음 또 다시 굿판이 열리는 것이다.

마치 연극이나 오페라 뮤지컬 등에서도 잠시 막을 내리고 다음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무녀 한 사람이 나를 끌고 나가 같이 춤을 추자고 했다.

작가면 체험하고 느껴야지 그렇게 구경만 해서 되느냐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다.

해서, 신나는 경기 민요 가락에 맞춰 나와 다른 작가분이 함께 덩더쿵 춤을 췄다.

예전엔 큰 잔치였을텐데 지역 주민들의 관심도 사라지고...그날 비가 와서 정발산에 운동하러

오는 이 조차 보이지 않는 날이었다.   

 

9.별성거리인 작두타기 :장군복을 입고 작두를 타는데 이것은 터주신을 눌러주는 거리로서

작두에 올라 동서남북을 돌며 모든 액을 몰아내고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

 

이번엔 12. 사냥놀이다. 산신 할아버지가 아랫신을 데리고 나가 사냥하는 놀이를 재연하고 있다.

 

 

 

 

암튼 이렇게 해서 굿은 끝났다.

굿을 몇년만에 봤던가? 초등학교 때 보고 수십년만에 처음인것 같다.

요즘은 이런 굿도 돈 주고 봐야 한다. 누구는 3만원 내고 예약해놨다가 봤다 한다.

그런데 나는 동네에서 아주 한가로이 배터지게 먹으면서 굿 구경을 했다.

정발산 도당굿은 마을 축제였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되어 마을의 평안과 풍년을 기원하던...

그리고 버라이어티적인 종합예술이었다. 음악, 춤, 노래,판소리, 연극, 행위예술, 그리고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는 문화축제 마당인 것이다.

굿판에는 간절한 기원이 있고, 사람들간의 해학이 있으며,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해소하기도 했던 

사람 사는 모습 그 자체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들이 왜 이처럼 외면하고 있을까?

기독교인(나도 기독교인)들은 아마 미신이라고 하고, 우상 숭배라고 치를 떨것이다.

하지만 그 근원을 알고 보면 이 지구상에 똑같이 펼쳐지고 있는 사람 사는 모습인 것이다.

종교란 그 문화속에 자리잡아야 하는 것 아닌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