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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죽음의 판타지 영상 -러블리 본즈)

영화&음악 이야기

by 순한 잎 2012. 4. 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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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블리 본즈 (Lovely bones)

 

피터잭슨 감독/ 스티븐스필버그 제작/ 소설 원작 ( The Lovely Bones)

 

토요일, 운동을 가려고 스무 걸음 쯤 나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집으로 되돌아와 TV를 켰더니 <러블리 본즈>영화의 첫 장면이 시작되었다.

 

‘나는 14세 때 살해되었다’ 라는 소녀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어 처음부터 나를 강하게 끌어들였다. 영화 첫 장면은, 행복해 보이는 한 가정의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 앞에서 쓰레기를 집어삼키는 모습을 바라보며 놀라워하는 장면이었던 듯 싶다.

주인공 소녀는 내레이션을 통해 쓰레기 매립지에 대한 묘한 암시를 심어 놓은 뒤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을 만든 유명한 감독 피터잭슨의 작품인 줄도 몰랐고, 소설이 원작인지도 모른 채, 아무런 정보 없이 보게 된 것이다. TV 상단에 영화 제목이 한글로만 써 있어서 본즈가bones 인 것은 나중에 영화가 끝난 뒤 알았다. 즉 Bone 뼈란 뜻이다. 앞에 붙은 러블리와 본즈, 결코 어울릴 수 없는 그 부조합의 의미를 새기는 것이 이 영화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 생각된다. 러블리 본즈의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감독이 만들어낸 어휘로 '새로운 재생을 위해 모여드는 관계'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나는 왠지 그대로 직역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사랑스런 뼈....참 기괴하긴 하지만, 한참 생각하다 보면 영화내용과 뭔가 맞아떨어지면서 죽음을 새롭게 소생 시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나는 홀로 2시간 동안 영화에 흠뻑 빠져 주변이 어느새 어두워 진 줄도 몰랐다. 어린 소녀가 살해된 이야기라서 내용은 몹시 슬프고 어둡고 공포스럽기까지 했지만, 가족간의 사랑으로 고통을 이겨나가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주제, 그리고 죽음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한 감독의 솜씨는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천상으로 가지 못한 채 지상을 떠돌고 있는 영혼이 있다면, 피터잭슨 감독의 아름다운 영상이 그들 영혼을 위로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 이영화의 미덕은 죽음을 아름다운 판타지 가득한 영상으로 나타낸 점이리라.

그것으로 인해 아픔은 위로받을 수 있을 테니까.

 

이처럼 예술은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준다. 

그리고 때론 죽음을 표현해내야 하는 우리 아동작가들에게도 피터잭슨감독의 영상은 영감을 던져주기에 충분하다 생각된다.

 

 

 

그런데 영화 장면 중에 죽은자의 영혼이 지상세계의 사람들과 언뜻언뜻 교감을 일으키는 장면들이 나온다.

아빠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동생들에게, 그리고 첫사랑 남자친구에게..... 

비록 육체가 없다 해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사랑의 교감은 주인공이 천상세계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에 보내는 인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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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한 영화 줄거리는 이러하다. 

 

행복한 가정의 14세 소녀 수지(시얼사 로넌)는 사진작가가 꿈이다. 생일 선물로 받은 카메라에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찍는 게 취미이다. 17통이나 되는 필름을 다 써버린 수지는 한 달에 한 통씩만 필름 현상을 하겠다는 엄마 아빠에게 사춘기 소녀다운 투정을 부린다. 그런데 그 필름 속에는 은밀히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는 옆집 남자 모습이 찍혀 있다. 수지는 그 남자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살해당하던 그날은 14세 수지에게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 왜냐하면 짝사랑하던 남자친구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두근거리는 첫키스까지 할 뻔 했던 날이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선생님 등장으로 키스는 하지 못했지만 남자 친구로부터 멋진 시 한 편과도 같은 데이트 신청이 담긴 쪽지를 받고 기뻐하며 집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날 황량한 옥수수 밭 땅 속에서 살해당하고 만다.

범인은 수지를 늘 눈 여겨 보며 살해계획을 세워왔던 옆집 남자다. 그는 미니어처를 만드는 취미를 가진 남자로 추수가 끝난 황량한 옥수수밭 땅 아래에 작은 모형 집을 만들어 수지를 꾀어내고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살해를 한다. 영화 내레이션 중에 범인의 심리를 드러낸 말이 있는데 ‘그는 익숙한 욕망을 느끼며....’ 라는 대사가 나온다. 연쇄살인범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수지를 잃은 가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한다. 특히 딸을 지극히 사랑하던 아빠는 범인을 잡기 위한 집념으로 가득 차 있어 생활은 파괴되고 피폐해진다. 엄마 또한 고통을 잊고자 집을 떠나 농장에서 육체적 노동을 한다. 수지의 여동생과 남동생도 고통 속에 살아간다.

한편 수지의 영혼은 미움과 증오로 인해 천상세계로 가지 못한 채 가족들 주변을 떠돈다. 즉 이승과 저승의 중간 세계에 머물며 이승을 왔다 갔다 한다. 그가 머물고 있는 중간 세계를 감독은 판타지 가득한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침내 수지의 여동생이 범인의 집에 몰래 침입해 그가 범인이라는 단서를 찾아낸다. 그것은 수지를 살해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해 온 그림과 자료들, 그리고 수지의 신문기사 스크랩, 수지의 머리카락을 잘라 붙여놓은 스크랩북이다. 범죄 행각이 발각됐음을 느낀 범인은 증거물을 없애기 위해 시체를 담은 금고를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수지의 영혼은 결국 다른 사람의 육체를 빌려 그의 첫사랑 남자친구와 키스하며 마지막 이별을 나눈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를 치유하고 천상세계로 향한다. 그동안 해체되다 싶이 했던 수지 식구들 또한 다시 결합하여 삶을 살아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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