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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반고흐의 사랑과 예술

즐거운 책읽기

by 순한 잎 2008. 3. 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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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면서부터 '대체된 아이'로 살아 온 반 고흐,

빈센트의 어머니는 1년 전 같은 날에 사산한 첫 아이의 망령에

사로잡혀 빈센트에게 똑같은 이름을 지어주었다.

빈센트 반 고흐는 그렇게 어머니에게 대체된 아이일 뿐이었다.

죽은 형의 그림자 속에서 오롯이 자기만을 향한 사랑을 갈망했던 빈센트는

평생을 순탄하지 못한 사랑에 빠지고 실연할 때마다 좌절과 광기에 사로잡혔다.

 

사촌이었던 미망인 케이, 미혼모였던 창녀 시엔, 연상의 마르호트,

우상이었던 화가 폴 고갱...등.

 

빈센트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고, 사랑이 곧 예술의 원천이라고 믿었다.

 

빈센트는 그림그리기와 독서에 혼신의 정열을 바쳤다.

프랑스나 영국 소설에서 풍부하게 묘사된 문구를 읽으며 그는 밤경치와 같은 파격적인

주제를 색조로 그릴수 있는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빈센트는 독특한 주제를 끊임없이 찾아다녔는데 그리고싶은 장면이나 사람을 발견하면 즉시

펜과 잉크로 스케치하고, 붓을 들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구도와 구성에 대해 심사숙고 했다.

그러나 일단 특정 관점을 결정하고 나면 맹렬하게 작업하여 한시간 안에 완성하기도 했다.

 

그가 쓴 글에서 그의 그림에 대한 생각과 색채에 대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다.

 

내 붓놀림은 일정한 체계가 전혀 없어. 나는 불규칙한 붓질로 캔버스를 두드리고 그대로 남겨둔다네.

두껍게 칠한 색깔 조각들, 칠해지지 않은 지점들, 여기저기 끝내지 않은 채 남겨 놓은 부분들, 반복한 것,

거친 것. 한마디로 말해 기법에 대해 선입관을 가진 사람들은 내 작품을 불안하고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지.

- 1888. 4. 9    화가 베르나르에게

 

나는 한낮에 넓은 밀밭, 그늘 한 점 없는 가득한 태양속에서 그림을 그려.

그리고 마치 여름날 매미처럼 좋아하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여기서 나를 고양시키고 그림을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은 맑은 공기야.

이건 네덜란드에는 전혀 없는 것이니 너는 무슨 말인지 모를게다.

여기 사람들은 한 시간이나 떨어져 있는 거리의 사물의 색깔을 구분해.

예를 들어 올리브 나무의 회색빛 초록, 초록의 초록, 그리고 벌판의 분홍 라일락.

네덜란드에서는 지평선 위의 희미한 회색만이 보이지만 여기서는 멀리, 아주 멀리까지

선이 분명하고 형체를 분명히 알수 있어. -1888. 6. 22. 프로방스에서 빌에게 보낸 편지. 

 

분홍빛 도는 회색 얼굴에 초록색 눈, 잿빛 머리카락, 주름진 이마와 뻣뻣하고 수풀같은

붉은 수염이 자리 잡은 입가, 굉장히 게으르고 슬픈 표정이지만 입술은 두툼하고,

시골 농부의 조잡한 파란 리넨 셔츠를 입었으며 레몬빛 노랑, 주?색, 공작석 초록 ,

코발트청색을 썼지. 한마디로 그림 속에는 주황색 수염을 제외한 모든 색깔들이 있다.

배경은 회색빛 도는 흰색이야.

-1888. 6. 22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화상에 대한 이야기 부분

 

테라스에는 술 마시는 사람들의 조그만 형상들이 있어. 거대한 노란색 등이

테라스 건물 앞, 보도에 빛을 비추고 심지어 포장된 거리에까지 분홍과

보랏빛의 광채를 던진다. 별이 빛나는 푸른 하늘 아래 멀리까지 쭉 늘어서 있는

건물의 박공된 전면은 진한 푸른색과 보라색 그리고 초록색을 띠며 불 켜진 광장은

연한 유황색과 초록빛 노랑의 레몬색이 돼. 다른 사람들은 대충 스케치를 한 다음

낮에 그런 그림을 그려. 그러나 나는 이런 소재는 그 자리에서 그려야 만족스러운 그림이

된다는 것을 알았어. 등불 하나만도 풍부한 노란색과 주황빛을 내는데, 조잡한 누런색과

희읍스름한 빛으로 처리한 틀에 박힌 밤 장면을 피하는 건 지금 그리는 방법 뿐이야.

1888. 9.9. <밤의 카페테리스> 작품에 대한 글.

 

자연의 풍부하고도 위대한 모습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의무라는 것이 내 신념이다.

우리는 기쁨과 행복, 희망과 사랑을 필요로 해.

내가 점점 추하고 늙고 병들고 가난해질수록 더욱더 밝고 잘 정돈되고 광채나는 색을

창출하여 대항하련다. 보석 세공하는 사람도 늙고 추해진 후에야 보석을 잘 배열하는 방법을

알게 되지. 그림에 색깔을 잘 배열해서 생동감을 이끌어 내고, 색채의 대조를 통해 각자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일은 마치 보석을 잘 배열하는 일이나 옷을 디자인 하는 것과 같아. .....

1888. 9. 9~16일

 

 고갱이나 빈센트는 모두 미적 사실주의를 따르지 않았다.

빈센트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느끼는 대로 그리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열망하는 것은 물체를 아주 다르게 , 차이 나게, 다른 모양으로, 변화된 모양으로 만들 줄

아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허위라고 불러도 상관없지만 그 사물이 이른바 진실이라고 하는 것보다

더 진실한 것으로 만들고자 한다."

빈센트의 그림 <씨 뿌리는 사람> 은 그 좋은 예인데, 불타는 태양 아래 과장된 색깔로 나타낸 갈아엎은 밭은

캔버스의 4분의 3을 차지한다. 흙은 노란색, 주황색, 흰색, 파란색, 분홍색의 모자이크로 되어 있고 멀리서 보면

보라색으로 보인다. 빈센트는 흙에다 일찍이 보지 못한 장엄한 아름다움을 불어넣었다.

신비로운 햇빛 속, 이른 아침 하늘 아래 토양의 생명력이 너무도 힘차게 그려져 있다.

그 어떤 화가도 이처럼 스스로를 낮추며 흙에게 이보다 더 큰 경의를 바칠수 없을 정도인 것이다.

 

고갱도 "색채를 표현하는 데 엄격한 정확성은 생기없고 차가운 효과를 낳는다. 즉 뻔뻔스럽고

어리석게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현실에 상응하는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는....자연 상태의

초록보다 더 진한 초록을 쓸 필요가 있다. 여기에 거짓이 주는 진실이 있다." 라고 말했다.

 

외모와 기질이 전혀 다른 고갱과 빈센트 두 사람은 사상적으로는 놀라우리만치 비슷했다.

고갱은 빈센트에게 ' 실생활보다는 기억을 통해서 더 많이 그려야 한다' 고 했고

빈센트는 고갱의 화면에 대해 '질감 없는 밋밋한 붓질과 맥빠지 자연묘사'를 비판했다.

 

<반고흐, 사광과 광기의 나날> 중에서

 저자- 데릭 펠 , 출판사-세미콜론 

 

*요즘 봄햇살이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반짝이는 봄 햇살 속에도 여러 색채가 혼합되어 있겠지요?

고흐가 생각하는 봄의 색깔은 무엇일까? 그의 봄에는 몇개의 색채가 혼합될까? 

그런 생각들을 해봅니다. 

넓은 밀밭, 그늘 한 점 없는 태양아래서 그림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 

봄 볕 가득한 요즘, 색의 향연이 가득한 미술관으로 발길을 돌리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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