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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한 잎 2021. 12. 2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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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칼럼

기술이 ‘인류세 대멸종’ 막을까

[사이언스타임즈 라운지] 사물인터넷, 드론으로 멸종위기종 연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스코트는 서해 백령도에 집단 서식하는 잔점박이물범이었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이 동물은 바다표범과로 온난한 해안가에서 서식하며 주로 오징어와 조개 등의 어패류를 즐겨먹는다.

최근 영국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의 바다포유동물연구소는 잔점박이물범의 이동을 모니터링하고 개체수 감소를 연구하기 위해 협대역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는 스마트 원격측정 태그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말 잔점박이물범에 시험 부착될 이 태그는 서식처 및 다이빙 수심, 기온, 염분 등의 자세한 데이터를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준다. 기존 태그보다 작아서 물범의 활동에 거슬리지 않을뿐더러 배터리 수명까지 길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멸종위기종 연구에 사물인터넷, 머닝러신 등의 첨단기술이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멸종위기종인 잔점박이물범. ⓒ Pixabay Public Domain

바다포유동물연구소는 스코틀랜드 동부 해안과 북부 섬에 서식하는 바다표범과의 해양포유류들의 개체수가 지난 10년 사이 70%나 감소한 이유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바다의 인터넷’ 시대를 여는 이 협대역 사물인터넷은 저전력 장거리통신 기술로서, 먼바다의 깊은 곳을 탐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드론 및 머신러닝 활용해 듀공 추적

듀공은 19세기 중반 이전까지 뱃사람들이 인어로 여겼던 신비의 동물이다. 바다소목의 이 포유류는 생김새만큼이나 성격도 온순해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 해조류 등의 채식만 한다. 최근 호주에서는 멸종위기종인 듀공의 생태를 조사하는 데 드론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화제가 됐다.

머독대학 연구팀은 소형 비행기로 듀공을 추적하는 대신 드론을 이용해 4만5000장에 이르는 바다의 항공사진을 촬영했다. 듀공은 5분에 한 번 수면에 올라와서 호흡을 해야 하므로 항공사진만 잘 파악해도 개체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만5000장이나 되는 항공사진에서 듀공을 일일이 식별해내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연구팀은 퀸즐랜드대학의 인공지능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했다. 듀공의 모습을 머신러닝에 학습시킨 다음 자동으로 사진에서 듀공을 식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듀공을 위한 연구에 특화시켜 설계된 머신러닝은 초기 버전임에도 80% 정확도를 나타냈다. 개체수와 서식지 등을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는 이 기술은 다른 해양포유류의 추적 조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인 국제보존협회(CI)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전 세계 영장류의 절반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특히 고릴라, 침팬지, 여우원숭이, 긴팔원숭이, 안경원숭이 등 300여 종이 위험군이다.

영장류의 멸종 방지 연구에는 얼굴인식시스템이라는 첨단기술이 동원됐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등의 공동연구진이 개발한 ‘리머페이스ID’가 바로 그 주인공. 이 시스템은 마다가스카르에 사는 여우원숭이 80마리를 찍은 사진 400여 장에서 각각의 개체 인식을 98.7%의 정확도로 해냈다.

얼굴인식시스템은 범죄자를 색출하거나 보안시설 출입 등을 위해 개발된 기술이다. 그런데 여우원숭이의 경우 저마다 독특한 털 색깔이나 무늬 등으로 인식시스템이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덕분에 표식을 달지 않고도 여우원숭이의 생태 연구를 할 수 있게 됐다. 연구진은 이 시스템을 곰이나 붉은팬더 등의 다른 야생돌물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차 대멸종 진행 중인 ‘인류세’

노벨상 수상자인 네덜란드의 화학자 파울 크뤼천은 현대를 ‘인류세’라고 명명했다. 인류의 활동으로 지구 환경이 급격히 변했으니 자연적 과정에 의해 생성된 과거의 지질연대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1월에는 국제지질학연합(IUGS)도 지구가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연대에 들어섰다는 증거를 ‘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인류세의 가장 큰 참상은 바로 대멸종 현상이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 의하면 현재 종족의 위기를 맞은 생물종은 7만9000여 종이며, 그중 2만3500여 종이 멸종 직전 상태에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지난 5차례의 대멸종에 이어 현재 지구에서 6차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한다.

운석 충돌이나 화산 폭발, 빙하기, 지각 변동 등 자연 현상에 의해 발생했던 과거의 대멸종과 달리 인류세의 대멸종을 일으키고 있는 주범은 인간이다. 엄청난 방사성 낙진을 일으킨 핵실험을 비롯해 화석연료로 인한 대기오염, 공장 폐수 등의 수질오염으로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도 농경지 확장 및 산림 파괴로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잃고 있으며, 사냥과 무역 등에 의해 개체수가 줄어든 동물들도 부지기수다. 오죽하면 먼 미래에 인류세가 지층에 남길 화석은 플라스틱이나 콘크리트 등의 기술화석뿐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른 생물종들을 멸종으로 몰아간 인류의 기술이 이젠 멸종위기종을 되살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 과연 첨단기술이 인류세의 대멸종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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