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쓴 단편동화 <구산이네 만물슈퍼>작품은
시골에 있는 구멍가게 이야기로 이 가게의 주인은 초등학생인 구산이다.
(아동문예, 1.2월호 수록)
도시에 살다 시골로 전학온 제나는 엄마 심부름으로 우연히
구멍가게에 가게 되는데, 갈 때마다 주인이 없이 늘 비어있는 가게를
보고 의아해 한다. 왜냐하면 자기네 아빠가 하던 편의점은 24시간
CCTV를 돌렸어도 도둑을 맞곤 했는데 구멍가게를 비워놓고 있는 것이
영 이해가 안간다.
아빠는 편의점을 세개나 운영했지만 다 망하고 빚만 잔뜩 생겨,
제나는 엄마와 시골로 온 것이다.
그런데 며칠 뒤 같은 반 친구인 구산이가 그 가게 사장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왜냐하면 가게가 비어있을 때 돈도 안내고 물건을 훔쳐왔기 때문이다.
구산이네 가게는 '바보네 가게'라는 닉네임이 붙어있을 정도로
저울도 없고, 콩나물이나 채소를 팔 때는 구산이 맘대로
인심좋게 턱턱 담아준다.
엄마 아빠는 농사일로 바쁘니 가게 주인은 구산이인데,
사장인 구산이는 초등학생인 관계로 놀러 다녀야 하므로 가게도 자주 비운다.
하지만 지나가는 할머니가 가게를 봐주기도 하고,
또 주인 없이 물건을 가져간 경우에는 알아서 돈통에 돈을 넣고 가기도 한다.
제나는 구산이 초대를 받고 구멍가게에 놀러가 아이스크림도 대접받고
엄마 심부름으로 사가야 하는 채소도 듬뿍 받는다.
가게 주인인 구산이는 제멋대로 가게를 운영하는 것 같은데
구산이네 만물슈퍼가 한번도 적자가 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제나는 놀란다.
그리고 아빠가 운영하던 편의점이 왜 망했는지를 곰곰 생각한다.
24시간 CCTV를 돌리고, 아빠 가게인데도 친구를 데리고 가 공짜로 아이스크림 한 번
줘본 적이 없던 요즘의 빡빡한 편의점. 덤도 없고 정도 없는 , 정확히 딱 고만큼의 세상!
제나는 구산이네 가게를 나오면서 자신이 양심없이 들고나왔던 물건값을 몰래
돈 통에 넣는다.
* 내가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옛날로 비유되는 구산이네 만물슈퍼'를 통해,
24시간 카메라가 지키고 있지 않아도 양심이 불을 밝히던 옛날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감시카메라같은 최첨단 시스템이 양심을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동문예의 평을 쓴 김태호 평론가라는 사람은 내 작품이
시골 인심의 체험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성의 플롯을 반복한다느니,
시골을 낙원으로 묘사했다는 둥 내 의도와는 다르게 평을 하면서
작품을 허접한 구닥다리 취급을 했다.
아동문예에서 원고 청탁이 여러 번 와, 사실 빚갚는 마음으로 조금 서둘러 작품을 쓰기도 했고,
또 작가가 작품을 제대로 형상화 하지 못해 주제의식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 면도
없지 않아 있겠으나, 평론가 역시 기존의 시선으로밖에 작품을 보지 못한 채
새로울 것 없는 비평의 시각을 드러낸 것이 나로서도 아쉽다.
잡지 받아보고 나서 하루종일 창작의욕이 꺾인 기분 더러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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