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크랩] 문화컨텐츠

자료실

by 순한 잎 2006. 5. 18. 17:34

본문

문화 콘텐츠가 최고의 수출상품이다
문화 전쟁의 시대 중장기적 로드맵 · 대응 전략 필요
사람들은 21세기를 문화의 세기라고 부른다. 하지만 화약 냄새와 대포 소리만 없을 뿐 각 나라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문화전쟁의 세기라고 해야 더 적절할 것 같다. 힘 있는 나라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신의 문화를 확산시키려 하고 작은 나라들은 강대국의 무차별 문화공습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문화를 지키려 애를 쓴다. 문화는 최고의 상품이며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문화상품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준다.

21세기는 문화전쟁의 세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의 해외 직원들이 1년 내내 전세계를 발로 뛰면서 자동차를 팔아 얻은 이익금보다 더 큰 돈을 월트 디즈니나 워너 브라더즈에서 만든 영화 한 편이 쓸어간다. 그래서 문화전쟁의 주도권 또한 미국이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만 보더라도 자신들이 정복한 아메리카 인디언 포와탄족 추장 딸의 이야기를 소재로 ‘포카혼타스’를 만들었고, 400~500년 무렵 중국의 위진남북 시기에 나온 시를 가져다 ‘뮬란’을 만들었다. 그 뿐인가? 아프리카 밀림을 소재로 ‘라이언 킹’을 만들었고, 워너 브라더즈의 해리 포터 시리즈 또한 유럽의 판타지 문학을 배경으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만들었지만 소재는 모두 남의 것인 셈이다.

그 까닭은 기술력에서는 앞서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소재를 제공할 만한 오랜 역사와 그에 따른 문화 축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자본주의는 다국적 기업처럼 국경이 없다. 문화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드는 것은 자신의 문화를 세계화시키는 길도 있지만, 남의 문화를 가져다 세계적인 공감을 얻는 상품으로 만드는 일까지 포함된다.  

잊혀진 우리 달력 - 음력

사실 우리가 문화전쟁에 휩쓸리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이다. 예를 들어 달력을 보자. 우리 조상들은 어떤 달력을 써 왔는가? 아마도 음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음력은 달을 주기로 삼아 한 달을 29~30일로 계산하며, 남는 자투리가 많아서 몇 년에 한 번씩 한 달을 더 만들어 윤달로 해결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쓰는 양력은 어떠한가? 해를 주기로 삼는 양력에서는 남는 자투리를 모아 4년에 한 번씩 2월을 하루 늘리는 윤년으로 처리한다. 양력과 우리 전통 달력인 음력을 비교하면 어느 것이 더 과학적일까? 아마도 남는 자투리만 생각한다면 양력이 과학적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쓰던 달력이 정말 음력일까? 사실 우리 조상들이 쓰던 달력의 정식 명칭은 음력이 아니라 ‘태음태양력’이었다. 태음태양력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해를 주기로 하는 태양력과 달을 주기로 하는 태음력을 같이 썼기 때문이다. 특히 농사에 중요하게 쓰인 24절기는 해의 운행을 기준으로 삼은 태양력이었다. 그래서 한식이나 춘분, 동지 등은 모두 매년 서양 달력과 비슷한 날이 되는 것이다.

서양 달력이 과연 과학적인가 보자. 양력에서 1월은 31일까지 있는 큰 달이고, 2월은 작은 달이다. 1·3·5·7월 같은 홀수 달은 큰 달이 되고 2·4·6월 같은 짝수 달은 작은 달이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7월 다음에 오는 8월은 큰 달이다. 과학적이라면 주기적이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7월을 뜻하는 ‘July’는 줄리우스 시저를 기념한 달이고 8월을 뜻하는 ‘August’는 아우구스투스 황제를 기념한 달이다. 두 인물을 기념하기 위해 두 달 모두 큰 달로 만든 것이다. 이것이 과학인가? 이것은 과학이 아니라 문화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서양 달력이 현대에 들어와 전통 달력을 압도한 것은 과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인 힘 때문이었다.

1954년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는 ‘세계력’이라는 새로운 달력을 놓고 표결을 했다. 이 달력은 20세기 초 독일의 폰 츠하르트가 만든 것으로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서양달력 그레고리력을 더 과학적으로 보완한 것이었다. 매 달의 노동일수가 일정했기 때문에 작업 능률이나 경비 계산도 쉬운 과학적인 달력이었다. 하지만 이 달력은 부결되었고 반대 입장에 선 국가들은 대부분 오늘날 G7 국가들이었다. 그들이 반대한 이유는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요일을 중시하는 종교 문화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콘텐츠의 세계화

문화전쟁을 치르는 우리의 준비는 어떠한가? 문화관광부에서는 올 3월부터 한국 전통문화콘텐츠를 세계화한다는 목표 아래 ‘한브랜드화(Han Brands)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문화관광부가 이러한 계획을 세우게 된 배경에는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선진한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한국 문화의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대중음악과 드라마에서 시작된 한류를 IT기술과 언어 및 의식주 등 우리 고유의 생활 문화 전체로 확산함으로써 제2, 제3의 한류를 만들어 가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 사업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글, 한국학의 여섯 분야를 중심으로 2010년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산하에 문화원형사업팀을 두고 전통문화 가운데 오늘날 산업소재로 활용 가능한 우리 문화의 본 모습을 찾는 문화원형사업을 추진해왔고 그동안 120개 과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는 글로벌 문화원형을 찾는 일까지 확대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사업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오랜 역사와 많은 문화유산을 지닌 우리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국가 주도의 문화전략에서 중요한 점은 단기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적 활용만이 강조되어서는 안 되며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는 자료 정리와 분석을 위주로 공공적 성격을 띄는, 아카이브 중심의 문화원형 복원 사업이 지속되어야 한다. 또한 지금까지 발굴된 문화원형에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 가운데 더 심화시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새롭게 개발해야 할 것은 무엇이며, 그 각각의 우선순위는 어떻게 되는 지를 가늠할 수 있는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한 중장기적 대응 전략이 나와야 한다.

아직 우리는 1883년 설립된 이래 120여개 나라 1200여 기관을 통해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알리앙스 프랑세스’나, 1951년부터 연간 2700억원을 쓰면서 77개국에 128개 교육 문화기구를 운영하는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를 따라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런 명성이나 수준이 하루 아침에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풍부한 문화유산을 복원해내고 이를 밖으로 알리는 꾸준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 김교빈 교수
1953년생. 성균관대 동양철학 박사. 호서대 디지털문화예술학부 문화기획전공 교수. 현재 학술단체협의회 공동 대표를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동양철학 에세이', '강좌한국철학', '한국철학 에세이, '동양철학과 한의학' 등이 있다.

출처 : 소비자행동트랜드분석
글쓴이 : 나기환 원글보기
메모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