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동시&동시집

(동시집) 고시랑 거리는 개구리 (유미희)

순한 잎 2006. 11. 2. 21:34

유미희 님의 동시

 

 

<고시랑 거리는 개구리>

 

 

집에 오는 길

옆 집 영식이랑

개구리 뒷다리 잡고

못살게 군 일 아는 걸까?

 

모내기 끝낸 논에서

개구리들

개골개골개골......

 

밤새

고시랑거리는 소리에

구구셈 숙제도

못하겠다.

 

 

<산딸기>

 

애써 익힌

산딸기

 

산이

내밀자

 

집에 가던

1학년 다희도

5학년 상수도

책가방 내려놓는다.

 

숙제 걱정도

일찍 오라던

엄마 말도

다 내려놓는다.

 

 

<꽃과 나무>

 

꽃들이

고자질쟁이라면

꽃밭은 참 시끄럽겠다

 

나무가

수다쟁이라면

산은 더 시끄럽겠다

 

소나기 지나고

변덕스런 바람이 왔다 가도

눈과 귀 닫고

서 있는

나무와 꽃

 

그 곁에 서면

여기저기 뿌린

내 말의 씨가 부끄럽다.

 

 

<같이 걷지요>

 

달빛은 알지요

두고 가기 싫어하는

강물 마음.

 

강물도 다 알지요,

함께 가고 싶어하는

달빛 마음.

 

그래서

달빛은 강물을 데리고

강물은 달빛을 데리고

굽이굽이

같이 걷지요.

 

<꽃과 농부>

 

-조팝꽃 오거든

못자리 내야지.

 

-찔레꽃 오거든

모내기 해야지.

 

농부는

꽃도

믿고 살고

 

꽃은

농부를 위해

산골까지 온다.

 

동시집 <고시랑거리는 개구리>중에서 (청개구리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