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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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물줄기
검룡소에서 시작된 물줄기는 정선의 아우라지, 영월, 단양, 충주호, 그리고 여주를 지나, 두 물이 만나는 곳인 양평의 두물머리, 그리고 서울로 흘러 통일로 가는 길목인 파주, 김포를 지나 서해로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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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하굿둑 조성 30년> 사라진 생태 ② 웅어

보리가 익어갈 무렵, 민물 냄새 좇아 낙동강 찾아 "한때 배가 가라앉을까 걱정할 정도로 잡혀"…지금은 거의 자취 감춰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차근호 기자 = '그 맛을 잊을 수 없는 고기, 그러나 잊혀가는 물고기'.
낙동강 웅어를 가리켜 하는 말이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할 무렵, 남해안 어느 깊은 바다에서 길을 나선 웅어는 민물의 냄새를 따라 낙동강 어귀를 찾아든다.
민물의 냄새가 짙어지면 질수록 속도를 내 곧장 을숙도와 구포를 거쳐 멀리 경남 삼랑진까지 거슬러 오른다.
산란을 위해서다. 이때가 보리가 한창 무려 익을 무렵이다. 보리가 누렇게 익어갈 때 가장 맛이 좋다고 해 '보리 누리미'라고 불리기도 했다.

사하구 하단어촌계 배도현(70) 선장은 "그때는 웅어가 하도 그물에 많이 걸려 배가 가라앉을까 걱정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그가 말한 그때는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들어서기 전인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다.
이때는 하굿둑 인근인 사하구 하단은 물론 구포, 경남 양산의 원동, 멀리 삼랑진까지 봄철만 되면 웅어가 성시를 이뤘다. 웅어 회무침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북적됐다.
멸칫과의 바닷물고기인 웅어는 다 자라면 몸길이가 22∼30cm에 이른다. 언뜻 보면 전어처럼 보이지만 전어보다 몸이 납작하고 길쭉한 칼 모양이다.
비늘은 은빛을 띤 백색이다.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려 뭍으로 올라보면 바로 죽는다. 산란을 위해 몸에 기름기를 잔뜩 머금은 봄철이 고소한 맛이 가장 좋을 때다.
구이와 회, 미나리·오이·양파 등 갖은 채소가 들어간 무침으로 주로 먹는다.
그 맛이 좋아 임금님에게 진상될 정도였다.
낙동강 유역에서는 '가을 전어가 상놈이면 봄 웅어는 양반이다'이라는 말을 쓴다. 웅어 애호가 사이에서 만들어진 말이지만 그만큼 웅어의 맛이 일품이라는 뜻일 것이다.


지금도 봄철이면 웅어 맛을 잊지 못해 하단어촌계 주변에서 웅어를 취급하는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부산 사하구 하단동 하굿둑 바로 아래에 있는 조그만 어촌계인 하단어촌계는 낙동강 유역에서는 유일하게 5월이 되면 웅어축제를 열고 있다.
귀한 대접을 받던 그 많은 웅어는 지금 어디로 갔을까.
웅어는 바다에서 살다가 3∼6월 산란을 위해 민물로 거슬러 올라가는 회유성 어종이다. 알을 갈대밭과 수초 틈에 붙이는 습성이 있다. 부화한 어린 고기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바다에 내려가서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에 성어가 되어 다시 산란을 위해 강을 찾는다.
갈대에 산란하는 습성을 보고 갈대 위(葦)자를 써서 위어(葦魚)라고 부르기도 하고 일부 지역에 따라서는 갈대고기라고 불렀다.
갈대가 유독 많던 낙동강은 웅어에게는 천혜의 산란장이었다.
그러나 하굿둑은 산란장으로 가는 웅어에게는 넘지 못할 벽이 됐다. 더구나 민물의 흐름이 끊기자 더 이상은 낙동강을 거슬러 오르지 못하고 하굿둑 주변에서 맴돌다 갈대밭이 아닌 해안가 바위틈 새 아무 곳에 알을 붙이고는 생을 마감하고 있다.
둑이 조성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 봄철이 와도 웅어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기껏해야 하굿둑 바깥 바다에서 조금씩 잡힐 정도다.
이춘식(67) 하단어촌 계장은 "하굿둑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조업을 나서면 체력이 달려서 그물을 끌어올리지 못할 정도로 많이 잡혔다"며 "지금은 구포나 삼랑진에서는 아예 잡히지 않고 하굿둑 밖에서 조금씩 잡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철 '습지와 새들의 친구' 생태보전 국장은 "웅어는 대표적 기수 어종인데다 알은 철새 먹이가 되거나 또 다른 어종의 좋은 먹잇감이어서 생태계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다"며 "지금은 그 수가 적지만 물길만 이어주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어종이다"라고 말했다.
김맹기 한국환경생태기술연구소장은 "지금도 하굿둑을 찾아가면 강을 못 오르고 둑 주변을 맴도는 물고기들을 많이 볼 수 있다"며 "하굿둑은 생태계에 혼란과 대격변을 안겨준 성벽으로 이제는 걷어 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rea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