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 이야기

터키에 관한 영화 <알마냐>(나의 가족 나의 도시>

순한 잎 2013. 1. 26. 17:19

 

 Almanya

   (나의 가족 나의 도시 )(2011)

 Almanya - Willkommen in Deutschland Almanya - Welcome to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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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정보. 가족 코미디, 드라마, 독일, 97분, 개봉 2013.1.12
감독 . 야스민 삼데렐리
출연 . 파리 야르딤(어린 후세인 역), 베다트 에린킨 (후세인 역), 릴레이 호저(파트마 역),라파엘 코우스리스(첸크 역)

 

줄거리

할아버지가 남겨준 소중한 유산!
추억을 따라 가족들의 즐거운 여행이 시작된다!

터키에서 온 ‘후세인’은 백만 한 번째 독일 이주 노동자이다. 이주 45년 만에 시민권을 얻은 ‘후세인’은 손자, 손녀들이 모인 가족식사 자리에서 모든 가족이 휴가 때 터키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터키로 향하는 차 안에서 심심해 하던 ‘후세인’의 막내 손자 ‘첸크’에게 사촌 누나 ‘캐넌’은 파란만장 가족의 옛날 이야기 보따리를 하나, 둘 꺼내 놓는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사랑스러운 이야기와 함께 터키 행 여행은 가족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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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에 EBS 에서 본 영화인데, 인상 깊어 기록을 남깁니다.

영화는 독일에서 만들었지만 터키인을 주인공으로 했으니 터키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터키 여행을 다녀온 터라, 무척 흥미롭게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이런 영화야말로 그 나라의 속살을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에...

 

이 영화를 만든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는 친자매 사이로, 터키 출신 이주민 3세대라고 합니다.

아마도 그들이 실제 겪은 일들이 영화로 만들어진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우리나라가 6-70 년대에 독일로 간호사와 광부를 파견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국가경제에

일조했던 것처럼, 터키인들 역시 1960년대에 근로자들이 독일로 이주를 하였던 모양입니다.

 

이 영화는 고향을 떠나 낯선 이국땅(독일)에 터를 잡고 살아야 하는 터키 이민자 1세대들의 모습과

그들의 후손인 3세대들이 그곳에서 겪는 이민사 혹은 가족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후세인은 독일에서 터키로 이주한 이주민 1세대로 독일 땅에 발을 디딘 지,

45년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시민권을 받게 됩니다.

후세인은 아들, 딸, 손자, 손녀, 며느리, 사위 등 모든 가족들에게

고국으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그리고 여행하는 길 위에서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1세대인 부모세대는 언어도 통하지 않고 문화와 정서도 다른 낯선 나라에서

문화적 충돌을 겪으며 힘겹게 정착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무거운 터치가 아닌 경쾌한 터치로 그려집니다.

그들의 좌충우돌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경쾌한 웃음을 짓게 만들면서도

충분히 힘들었음을 이해하게 합니다.

예를들면 빵과 우유를 사러 갔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젖소의 젖을 짜는

시늉을 하여 겨우 우유를 사는 모습이라든가, 또 양변기를 쓰는 서양 화장실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오히려 그런 화장실 모습을 더럽고 미개한 것을 생각 하는 것이라든지,

또 이슬람 종교와 기독교는 다르다보니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의 모습을 귀신으로

생각한다든지...하는 식의 우스꽝스러운 에피소드들입니다.

 

이런 부모 세대와는 달리, 그의 자식들인 2세대는 오히려 낯선 땅의 문화를 더 잘 받아들이고

흡수합니다. 언어도 부모보다 훨씬 빨리 습득하고 그곳 친구들과 잘 어울려 지냅니다.

마음 속엔 여전히 고향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으면서도, 독일 현지의 문화에

더 익숙해집니다.

그리고 독일인과 결혼함으로써 그들과 배우자간의 인식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예를들면 터키인은 가족의 범위를 그들 정통 혈연에 한정짓는 모습과, 또 독일인과 달리

가족관계를 무척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이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3세대는 어떠한가?

3세대는 부모들이 겪은 문화적 충돌이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혹은 가치관의 차이보다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터키인인 아빠와 독일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손자 첸크는 이민자 3세대로서

학교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늘 혼란을 겪습니다.

그건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가?' 에 대한 혼란입니다.

첸크가 부모에게  "나는 터키인이야, 독일인이야?" 하고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러자 부모는 각기 다른 답변을 합니다.

아빠는 터키인이라고 말해주고 엄마는 독일인이라고 말해줍니다.

아빠는 뿌리에 의한 정통 혈연 관계에 따라 터키인이라고 했고

엄마는 독일에 살고 있고 독일 시민권을 가졌기 때문에 독일인이라고 말합니다. 

첸크는 그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후세인은 가족들과 함께 고향땅에서 여행하던 중에 그만 차안에서 죽고 맙니다.

 

자식들은 고향 땅에 아버지의 시신을 묻어주려했지만 결국 이민자라는 이유로

허락을 받지 못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평생 시민권을 기다렸던 후세인은 45년만에 독일 시민권을 받았고,

그 기쁨으로 가족들과 고국 여행을 하던 중 죽음을 맞이하여 고향땅에 묻히려 했으나

결국 거부당하고야 만 후세인!

그는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도 터키 땅에서도 독일 땅에서도 타인으로 밖에 살 수 없는 

아픔을 지녀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손자 첸크는 이런 여행 중에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해답을 얻게 되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대신 백만 한 번째 독일 이주민으로서 총리 앞에서

연설을 하게 됩니다.

 

영화의 마지막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에 어느 현자가 말했다.

우리가 태어나기 이전의 모든 일들과

우리가 현재 겪은 모든 일들을 합친 것이다.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던 모든 것들과,

우리가 영향을 끼친 모든 존재들이다.

 

우리가 사라진 후에도 일어날 일들이며

우리가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모든 일들이다.'

 

'내가 누구인지?'

혹은 '가족이란 무엇인지?' 에 대해 묻는다면

위와 같은 답이 가장 적절한 답이 아닐런지!